
오늘 동네 카페에서 노트북 펴고 일하다가 크게 재채기를 한 번 했어요. 그런데 옆 테이블 할머니, 바리스타, 줄 서 있던 아저씨까지 거의 동시에 "Bless you!"를 외치는 거예요.
세 명한테 한꺼번에 축복을 받으니까 괜히 웃음이 터졌어요. 고맙다고 인사는 했는데, 커피를 마시면서 갑자기 궁금해졌죠.
대체 왜 재채기에 축복을 해주는 걸까요? 한국에서는 재채기했다고 누가 말을 걸어주는 일이 거의 없잖아요.
미국 와서 처음엔 이게 진짜 어색했어요. 모르는 사람이 내 재채기에 반응한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살짝 민망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마감 하나 끝내고 작정하고 찾아봤어요. 생각보다 이야기가 훨씬 오래됐더라고요.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흔적 중 하나는 로마 시대예요. 대 플리니우스가 서기 77년에 펴낸 박물지에 재채기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관습이 나와요.
플리니우스는 사람들이 왜 재채기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느냐고 스스로 질문까지 던져요. 그 시절 사람들도 이게 왜 그런지 몰랐다는 게 저는 너무 웃겼어요.
같은 글에는 티베리우스 황제가 전차를 타고 갈 때조차 이 인사를 꼭 받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황제가 재채기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장면을 상상하니까 갑자기 친근해지네요.
다만 로마 사람들이 한 말은 축복이 아니라 안부 인사에 가까웠다고 해요. 건강을 빌어주는 쪽이었던 거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 고전인 오디세이아에도 재채기를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있어요. 재채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의미 있는 순간이었나 봐요.
그럼 "God bless you"라는 표현은 어디서 왔을까요?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는 교황 그레고리오 1세와 연결돼요.
서기 590년 로마에 역병이 돌았고, 전임 교황 펠라지오 2세도 그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 뒤를 이은 그레고리오 1세가 재채기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고 했다는 게 이야기의 줄거리예요.
재채기가 병의 첫 신호일 수 있으니 바로 신의 자비를 빌어주라는 거였죠. 듣는 순간 아, 그래서 축복이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반전이 있어요. 언어 연구자들은 그레고리오 1세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봐요.
심지어 어떤 곳은 같은 이야기를 몇백 년 뒤의 그레고리오 7세 이야기로 소개하기도 해요. 인물부터 왔다 갔다 하니 전설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겠죠.
확실한 건 관습 자체가 그 이야기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점이에요. 로마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던 인사에 나중에 기독교식 축복이 덧입혀진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요.
민간에서 떠도는 이유도 재밌어요. 재채기할 때 영혼이 몸 밖으로 튀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 그 틈에 나쁜 기운이 들어온다는 믿음 같은 거요.
재채기하면 심장이 잠깐 멈춘다는 말도 유명하죠. 그래서 다시 살아 돌아온 걸 축하해준다는 해석인데, 이건 그냥 속설이에요.
재채기는 코나 목에 들어온 자극을 밀어내려는 몸의 반사 작용이에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한 번에 내뱉으면서 가슴 압력이 잠깐 바뀌는 것뿐이죠.
재채기를 한다고 심장이 멈추지는 않아요. 저도 어릴 때 이 말을 진짜 믿었던 사람이라 살짝 배신감 들었어요.
미국에서 자주 듣는 또 다른 말이 "Gesundheit"죠. 독일어로 건강이라는 뜻이에요.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이 단어가 영어에서 처음 쓰인 시기를 1914년으로 잡고 있어요. 독일계 이민자들을 통해 퍼졌다는 설명이 많은데, 정확히 어떻게 번졌는지는 아직 정리가 덜 됐다고 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카페에서 듣는 그 한마디에는 로마의 안부 인사, 중세의 기도, 이민자들의 언어가 다 겹쳐 있는 셈이에요. 재채기 한 번에 이천 년이 따라온다니, 좀 멋있지 않아요?
요즘은 종교적인 의미로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그냥 "괜찮아? 나 너 신경 쓰고 있어" 정도의 짧은 신호죠.
처음엔 어색했던 이 인사가 이젠 제법 좋아요. 모르는 사람끼리 아주 잠깐 연결되는 느낌이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남의 재채기에 모른 척해주는 게 배려였잖아요. 둘 다 상대를 생각하는 방식인데 방향만 다른 거라 생각하면 재밌어요.
반대로 미국에서는 이 인사를 안 하면 살짝 무심해 보일 수 있어요. 회의 중에 누가 재채기했는데 아무도 반응 안 하면 공기가 묘하게 비는 느낌, 저만 아는 거 아니죠?
그래서 저도 요즘은 누가 재채기하면 먼저 "Bless you!" 하고 외쳐요. 타이밍 맞추는 게 은근 승부욕을 자극하더라고요.
혹시 아직 이 말이 입에 안 붙은 분이 있다면, 다음엔 한번 용기 내서 던져보세요. 상대가 웃으면서 "Thank you" 해주면 그날 기분이 확 올라가요.
오늘의 결론은 하나예요. 재채기는 참지 말고, 축복은 아끼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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