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 오래 살다 보면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전 태미 류(Tammy Chung Ryu)라는 한인 여성 판사에 대해 알아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이 어떻게 미국에서 판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영 김(Young Kim) 연방하원의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두 사람의 이력을 살펴보니 미국 사회에서 한인 이민자가 영향력을 갖게 되는 두 가지 다른 길이 보이더라고요.
캘리포니아 최초의 한인 여성 판사, 태미 류
태미 정 류 판사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70년 가족과 함께 괌으로 이주했고, 이후 캘리포니아로 건너왔습니다.
UC버클리를 졸업하고 UCLA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1987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1988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실에서 검사로 근무했고, 2002년 당시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의 임명으로 LA카운티 수피리어 법원 판사가 됐습니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초의 한인 여성 판사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 판사는 반드시 선거에서 당선돼야 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캘리포니아 수피리어 법원 판사는 기본적으로 주민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만, 임기 중 결원이 발생하면 주지사가 새로운 판사를 임명할 수 있습니다.
태미 류 판사도 이런 방식으로 법조계 경력과 자격을 인정받아 임명됐습니다. 이후 판사는 6년 임기의 선거를 통해 자리를 유지하게 됩니다.
태미 류 판사가 법조계에 진출한 특별한 이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1992년 LA폭동이었습니다.
당시 한인사회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습니다.
태미 류 판사 역시 이 사건을 계기로 한인들이 미국의 법률과 사법제도 안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는 한인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냈고, 아시아계 법조인들의 권익 향상에도 참여했습니다.
단순히 판사가 되는 것보다 미국 사법제도 안에 한인들의 존재감을 높이는 일이 중요했던 것이죠.
영 김 의원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영 김 의원도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자입니다.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고, USC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사업가로 활동하다가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의원의 보좌진으로 약 20년 동안 일하면서 정치 경험을 쌓았습니다.
2014년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20년에는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2026년 현재 캘리포니아 제40선거구를 대표하는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판사와 정치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사회의 중요한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역할은 상당히 다릅니다.
태미 류 판사는 법률과 증거를 바탕으로 개별 사건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정치적 인기보다 법률적 전문성과 사법적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반면 영 김 의원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의회에 진출한 정치인입니다. 법안을 만들고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합니다.
판사는 법을 적용하고, 의원은 법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또한 태미 류 판사는 주정부의 사법부에서, 영 김 의원은 연방정부의 입법부에서 활동한다는 점도 다릅니다.
두 사람을 보면서 느낀 미국 이민사회의 변화
LA에 사는 한인 여성으로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한인 이민자들의 성공 기준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태미 류 판사와 영 김 의원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법률과 정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쉽게 열리는 길은 아닙니다. 오랜 교육과 경력, 사회적 신뢰가 필요합니다.
특히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전문성을 쌓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죠.
저는 두 사람의 성공을 비교하면서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올랐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기여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은 법정에서 공정한 판결을 통해, 다른 한 사람은 의회에서 입법 활동을 통해 미국 사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한인 이민사회가 경제적 성공을 넘어 미국 사회의 제도와 정책에까지 영향력을 넓혀 왔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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