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와서 장 보러 처음 갔을 때 제일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칠리(Chili)였어요. 통조림 코너에 콩이 잔뜩 들어간 칠리 통조림이 몇 줄씩 진열돼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콩 통조림을 먹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방부제 엄청 들어간 거 아니야?', '몸에 안 좋은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더군요.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정말 많이 먹습니다. 캠핑 갈 때도 가져가고, 바쁜 날 저녁으로도 먹고, 핫도그 위에 올려 먹기도 하고, 감자요리와 같이 한 끼 해결하기도 하죠.
그럼 칠리가 정확히 뭘까요?
칠리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강낭콩이나 핀토빈 같은 콩, 토마토, 양파, 고춧가루, 쿠민 같은 향신료를 넣고 오래 끓인 미국식 스튜입니다.
생각보다 영양도 괜찮습니다. 콩 자체가 식이섬유가 많고 단백질도 풍부해서 포만감이 오래가요.
특히 강낭콩은 콜레스테롤이 없고 칼륨, 철분, 엽산도 들어 있어서 건강식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다이어트 식단에도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그럼 가장 걱정되는 방부제는 어떨까요?
의외로 대부분의 칠리 통조림에는 방부제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통조림인데 어떻게 안 상하지?" 싶지만 비밀은 제조 방식에 있어요.
캔에 음식을 넣은 뒤 밀봉하고 100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고온·고압 살균을 하기 때문에 세균이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래서 화학 방부제를 많이 넣지 않아도 몇 년 동안 보관이 가능한 거예요.
다만 다른 부분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바로 나트륨 함량이에요.
일부 제품은 캔 하나에 하루 권장 소금 섭취량의 절반 이상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 볼 때 'Low Sodium'이라고 적힌 제품을 먼저 찾아요.
그리고 요즘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캔 안쪽 코팅 재질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는 BPA-Free 캔을 사용하고 있어서 예전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칠리 통조림을 그냥 데워 먹지는 않아요. 양파를 조금 볶고 다진 마늘을 넣은 다음 칠리를 부어 끓입니다. 여기에 냉장고에 남은 브로콜리나 옥수수, 피망을 넣으면 훨씬 푸짐해져요. 마지막에 치즈 조금 뿌리고 후추만 살짝 갈아도 식당에서 먹는 맛이 납니다.
밥 위에 올려도 맛있고, 또르띠야에 싸 먹어도 좋고, 삶은 감자에 얹어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결론은 통조림이라고 무조건 몸에 나쁜 건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좋은 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식품에 가깝습니다.
다만 나트륨이 너무 높은 제품만 피하고, 채소를 조금 더 넣어서 먹는 습관을 들이면 가성비도 좋고 영양도 꽤 괜찮은 음식이 됩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왜 다들 집에 칠리 통조림 몇 개씩은 쟁여두는지 저도 이제는 알겠더라고요.

칠리빈 듬뿍 들어간 부대찌게 레시피
칠리빈 통조림 1캔, 스팸이나 런천미트 반 캔, 소시지 2~3개, 양파 반 개, 대파 한 대, 김치 한 컵, 두부 반 모, 칠리빈, 라면사리 하나를 준비합니다.
국물은 물 700mL에 사골육수 1팩이나 치킨브로스를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납니다.
양념은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1큰술, 진간장 1큰술, 설탕 반 큰술 정도면 충분합니다. 김치가 많이 익었다면 설탕은 생략해도 됩니다.
냄비에 김치와 양파를 먼저 2~3분 볶아 향을 내고, 물과 육수를 부어 끓입니다. 양념장을 풀어준 뒤 햄, 소시지, 두부를 넣고 10분 정도 끓여 주세요.
이제 마지막이 포인트입니다. 칠리빈 통조림은 처음부터 넣지 말고 거의 완성 단계에서 넣어야 콩이 으깨지지 않습니다. 국물까지 함께 넣고 3~4분 정도만 살짝 더 끓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라면사리를 익히면 끝입니다.
먹어보면 콩이 들어가서 포만감도 훨씬 좋고, 국물이 생각보다 진하고 고소합니다. 아이들은 치즈 한 장 올려 먹으면 더 좋아하고, 어른들은 청양고추를 조금 썰어 넣으면 칼칼한 맛이 살아납니다.
칠리빈 특유의 토마토 풍미가 부대찌개의 매운맛과 의외로 잘 어울려서 한 번 만들어 보면 자꾸 생각나는 맛입니다.
칠리빈 통조림 하나만 있으면 평범한 부대찌개가 훨씬 든든한 한 끼로 변신하니, 냉장고에 한두 캔 정도는 항상 준비해 두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SWAT기동대
Wenda
urbanvibemaker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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