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광활한 대륙위에 있다보니 진짜 땅이 넓다.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 가려면 거의 6시간 비행기를 타야 한다. 한국 같았으면 제주도 왔다 갔다를 세 번은 할 거리다.

비행기에서 창 밖에 보이는 미국땅을 내려다 보면 도시도 보이고, 시골지역도 보이고, 허허벌판에 외딴집도 많이 보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하나는 "미국 사람들은 과연 태어난 주에서 평생을 살다 죽을까?"

2021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인 중 대략 38% 정도만이 자기가 태어난 주에서 죽는다. 나머지 62%는 어딘가로 이사를 간 거다.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하다. 일단 대학 진학부터가 타주로 나가는 계기고, 취업, 결혼, 심지어 기후 때문에 이사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북부 추운 주에 살던 사람들은 은퇴하고 따뜻한 플로리다나 애리조나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평생 고향에서만 산다"는 건 오히려 미국에선 특이한 케이스다.

사실 이건 나한테도 해당된다. 난 40대 한인 남성,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으로 이민와서 오랜 시간 살다 지금은 플로리다로 이사 왔다

처음엔 뉴욕의 바쁘고 복잡한 환경이 내 체질이라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 키우기에는 좋지않다고 느껴서 내집마련이 쉬운 플로리다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제 날씨도 따뜻하고, 삶의 템포도 한결 느긋하다. 부동산 가격도 적당한 곳이 많고 이웃들도 친절해서 기분도 덜 상한다.

여기서 1년 넘게 살다보니 또 하나 질문이 생겼다.

"플로리다 이곳에도 나처럼 이민 온 사람들이 많을까?"

자, 그럼 숫자로 보자. 미국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이 정착한 주 TOP 3는 다음과 같다.

1위는 캘리포니아.
이건 예상대로다. 로스앤젤레스 하나만 해도 한인타운, 차이나타운, 멕시칸 커뮤니티가 골고루 잘 잡혀 있고, IT부터 농업까지 외국인 노동력이 필수다. 전체 인구의 26%가 외국 출신이다. 말 그대로 '이민자의 용광로'.

2위는 텍사스.
이민자 비율은 약 18%, 숫자로는 500만 명이 넘는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굉장히 크다. 최근에는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한국인 같은 아시안이 많아졌다.

3위는 플로리다.
은퇴자만 많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민자도 많다. 전체 인구의 약 21%가 외국 태생이다. 중남미 출신, 특히 쿠바계 미국인이 많다. 그래서 마이애미 가보면 여기가 미국인지 쿠바인지 헷갈릴 정도다.

반면, 이민자가 가장 적은 주 TOP 3도 있다.

꼴찌는 웨스트버지니아.
이민자 비율이 고작 1.5%다. 도시에 사는 외국인도 거의 없고, 대도시 자체가 없다. 이민자 입장에선 "여긴 왜 오지?" 싶은 곳이다. 미국인조차 잘 가지 않는 주니까.

그 다음은 몬태나.
비율은 2%. 드넓은 대지와 아름다운 자연은 있지만, 일자리도 적고 커뮤니티도 작다. 아무래도 '한국 슈퍼' 없으면 불안한 우리 같은 이민자에겐 좀 외롭다.

세 번째는 사우스다코타.
겨울에 마이너스 30도는 우습고, 도시도 작다. 인종 구성이 워낙 단일해서 외국인으로 살기엔 심리적 거리감이 있는 곳이다.

이민자 입장에서 보면, 결국 '어디 살 것인가'는 단순히 날씨나 풍경보다 커뮤니티, 내집마련의 경제적 기회, 교육환경과 문화적 편안함이 더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사를 한다. 고향을 떠난다. 심지어 본토를 떠나 알래스카로, 하와이로, 때로는 다시 한국으로도.

하지만 그런 움직임 속에서도 자기가 태어난 주에서 죽는 38%의 미국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묘하다.

누군가는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나지 않고도 인생을 다 산다는 얘기니까.

나는 어떨까? 내 고향은 한국이지만, 내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여기서 살다 여기를 '고향'이라고 기억하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살다가... 그래도 언젠가는 돌아올까? 아니면 아예 또 다른 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할까?

삶이라는 게 결국 끊임없는 이사와 선택의 연속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는 그대로 머물고, 누구는 계속 움직인다.

거기엔 정답이 없다.다만, 어느 지점에서 본인 편하게 몸을 추스릴 곳이 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