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보다 살기 편하다는 버지니아 페어팩스 한인타운 - Fairfax - 1

미국에서 한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저는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를 빼놓을 수 없다고 봐요.

엘에이나 뉴욕처럼 한국 사람이 아주 많은 곳은 아니지만, 엘에이나 뉴욕의 치안, 주거 환경, 자녀 교육, 주차 스트레스 따져보면 여기가 더 살기 좋은동네거든요. 나이 먹고 보니까 미국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최상위권 안전 지역인 페어팩스 사는것이 훨씬 좋더더라고요.

페어팩스 한인사회는 한국계 인구가 4만 명을 정도라고 센서스 결과로 나왔습니다. 여기 애난데일은 워싱턴 DC 지역 한인타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에요.

애난데일 가보면 한국 식당부터 마트, 미용실, 보험, 부동산, 병원, 학원까지 웬만한 것은 한국말로 해결할 수 있어요. 예전부터 한인 상권이 형성되면서 2000년대 중반에는 한인 소유 사업체가 900개를 넘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후 한인들의 생활권이 센트레빌 쪽으로도 넓어졌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미국 처음 와서 영어 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자동차 사고 한번 나고 보험회사에서 편지 날아오면 갑자기 영어가 어려워집니다. 병원에서 전문용어 나오기 시작하면 더 그렇고요. 그런데 주변에 한인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에이전트, 보험업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생활의 난이도를 확 낮춰줍니다.

그리고 한인 부모들이 제일 민감하게 보는 게 학교잖아요.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은 미국에서도 규모가 크고 교육 수준이 높은 학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Thomas Jefferson High School for Science and Technology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STEM 중심 공립학교로 유명하죠. 그러니 자녀 교육 때문에 워싱턴 DC 주변으로 이주하는 한인 가정이라면 자연스럽게 페어팩스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직장 환경도 워싱턴 DC가 바로 옆이다 보니 연방정부 기관과 정부 계약업체, IT, 국방, 컨설팅 관련 일자리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회사 하나 망하면 동네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보다는 여러 산업과 정부 관련 직장이 섞여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LA 한인타운 보다 살기 편하다는 버지니아 페어팩스 한인타운 - Fairfax - 2

한인 커뮤니티 지원기관도 있습니다. 애난데일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Korean Community Service Center 같은 단체에서는 언어 문제부터 사회복지, 법률 관련 안내, 가정 문제 등 이민생활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를 지원합니다.

평소에는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지만 정말 일이 터지면 이런 기관 하나 있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한인 교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교회를 다니든 안 다니든 미국 한인사회에서 교회가 해온 역할은 상당히 커요. 처음 이민 온 사람이 직장을 알아보고 집을 구하고 아이 학교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한인교회가 일종의 생활정보센터 역할까지 해왔으니까요. 페어팩스에는 이런 네트워크가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어요. 북버지니아 집값이 예전처럼 만만하지 않고 재산세와 생활비도 생각해야 합니다. 워싱턴 DC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도 사람 성질 한번 제대로 시험합니다. "DC가 바로 옆이니까 출퇴근 쉽겠네" 했다가는 아침 고속도로에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미국에서 아이 키우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싶은 한인 가정이라면 페어팩스 카운티는 여전히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봅니다.

한국 음식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고, 한국말로 도움받을 곳도 있고, 좋은 학교와 일자리까지 주변에 있습니다.

결국 한인에게 살기 좋은 미국 도시는 단순히 한국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만은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는 미국 사회 속에서 내 생활을 하다가도, 막상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한국말로 물어볼 곳이 있고 익숙한 음식과 문화도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곳이 살기 편한 동네죠.

그런 의미에서 페어팩스는 참 균형이 잘 잡힌 지역입니다. 좋은 학군과 일자리, 워싱턴 DC라는 큰 도시의 장점을 누리면서 한인 생활권도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미국까지 와서 꼭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김치 떨어지고 치과 가야 하고 복잡한 서류 하나 처리해야 할 때가 되면 생각이 달라져요. 그럴 때 가까운 곳에 한인타운과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는 게 생각보다 참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