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우편함을 열었는데 청구서들 사이에 낯익은 손글씨가 적힌 봉투가 하나 껴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크리스마스 카드였는데, 요즘 세상에 누가 아직도 이런 걸 보내나 싶으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더군요.
다들 문자 한 통, 카톡 메시지 하나로 안부를 대신하는 시대인데 말이죠. 그런데도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고 손으로 주소를 적어 카드를 부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
저도 예전엔 그저 옛날 습관이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이 전통이 꽤 뿌리 깊더라고요.
미국에서 한 해 동안 팔리고 발송되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11억 장에 달한다고 합니다. 문자 메시지가 이렇게 흔한 시대에 나오는 숫자치고는 꽤 놀랍습니다.
다만 이 숫자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겁니다. 2002년에는 한 해에 29억 장, 국민 한 사람당 열 장 꼴로 카드가 오갔다고 하니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죠.
2015년 무렵에는 그 수가 14억 장, 1인당 넉 장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메일과 문자, 소셜미디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손편지의 자리를 하나둘 빼앗아 간 셈입니다.
그런데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억 단위로 오가고 있다는 게 흥미롭지 않나요. 이 불편한 방식이 왜 아직 살아남았는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1843년 영국으로 갑니다. 헨리 콜이라는 공무원이 지인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쓰기 번거로워서 그림 카드를 인쇄해 돌린 게 시초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영국에서 우편 요금이 확 낮아진 개혁이 막 자리 잡던 때였습니다. 카드라는 물건 자체가 처음부터 저렴해진 우편 제도와 짝을 이루며 태어난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전통이 180년 넘게 이어져 온 겁니다. 어지간한 유행보다 훨씬 질긴 생명력 아닌가 싶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카드를 누가 더 많이 보내느냐를 따져보면 세대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노년층이 10대 청소년보다 두 배 넘게 우편으로 카드를 보낸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야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되는 문자나 메시지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반면 나이 든 세대는 굳이 종이와 우표를 고집하는 편입니다.
저는 이 차이가 단순히 기술 적응력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손으로 쓴다는 행위 자체에 담긴 정성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 아닐까요.
문자 메시지는 화면을 스치듯 지나가면 그걸로 끝입니다. 반면 카드는 벽난로 선반이나 냉장고 문에 붙여놓고 몇 주씩 눈에 담아두는 물건이죠.
SNS에 올리는 인사말은 타임라인에 잠깐 떴다가 다른 게시물에 금세 밀려납니다. 반면 카드는 서랍 속에 넣어뒀다가 몇 년 뒤 우연히 다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 차이를 생각하면 왜 사람들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도 우편을 택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순간 소비되는 메시지와 한동안 곁에 두고 보는 물건은 무게 자체가 다른 겁니다.
우표 값이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데도 사람들이 여전히 카드를 사고 부치는 걸 보면 솔직히 놀랍습니다. 몇 달러 아끼자고 문자로 때울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저처럼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게 딱히 합리적인 소비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건 돈으로 환산 안 되는 다른 가치가 있다는 뜻이겠죠.
요즘은 가족사진 대신 반려동물 사진을 넣은 카드도 인기라고 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앞세운 카드를 보내는 집도 꽤 늘었다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카드 쓰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들도 있다고 합니다. 손글씨와 우표 붙이는 법을 배우는 기회로 삼는 셈이니, 이런 용도라면 나쁘지 않은 전통 같습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 회의적인 생각도 듭니다. 매년 리스트를 뽑아놓고 기계적으로 찍어내듯 카드를 돌리는 사람도 분명 있지 않을까요.
진짜 정성이 담긴 카드와 형식적으로 보내는 카드를 받는 사람이 구분 못 할 리는 없습니다. 그래도 받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반가운 건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전통이 살아남은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디지털이 넘쳐날수록 아날로그의 희소가치가 오히려 커졌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문자 백 통보다 손편지 한 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요.
저 역시 매년 카드를 다 챙기지는 못하지만, 정말 마음을 전하고 싶은 몇 사람에게는 여전히 손으로 눌러 씁니다. 편해서가 아니라 그게 더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여러분은 올해 카드를 몇 장이나 손으로 써 보셨습니까. 한번 진지하게 헤아려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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