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야유회 갈 때마다 생각나는 아삭아삭 오이참치김밥 - San Diego - 1

샌디에이고에 살다 보면 교회에서 야유회를 갈 일이 종종 있습니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공원에 자리 잡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이런저런 음식을 하나씩 가져오는 식이죠.

그런데 이런 날 은근히 경쟁이 치열한 게 음식입니다. 불고기부터 잡채, 김밥, 과일, 샌드위치까지 테이블이 금방 가득 차거든요.

저도 뭘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오이참치김밥을 만들어봤습니다.

김밥이면 단무지에 계란, 당근, 시금치까지 들어간 평범한 김밥을 좋아하지, 묵은지하고 오이를 이렇게 많이 넣으면 사람들이 먹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김밥을 썰어 접시에 담아놓자마자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속이 거의 오이로 꽉 차 있으니 보기부터 시원합니다.

특히 샌디에이고처럼 햇볕이 강한 날 야외에서 먹으니까 초록색 오이가 더 청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만드는 방법도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밥은 평소 김밥보다 조금 적게 깔았습니다.

밥이 너무 많으면 오이의 아삭한 맛이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위에 가늘게 채 썬 오이를 정말 넉넉하게 올리고, 기름을 뺀 참치와 묵은지를 함께 넣었습니다.

여기서 묵은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오이와 참치만 넣으면 심심할 수 있는데, 묵은지가 들어가니까 적당한 신맛과 감칠맛이 확 살아납니다.

교회 야유회 갈 때마다 생각나는 아삭아삭 오이참치김밥 - San Diego - 2

참치의 고소한 맛, 묵은지의 새콤한 맛, 오이의 아삭한 식감이 한꺼번에 들어오는데 생각보다 궁합이 정말 좋습니다.

마요네즈는 참치에 너무 많이 섞지 않았습니다.

많이 넣으면 맛이 무거워지고 오이에서 나오는 상쾌한 느낌이 사라지더라고요.

살짝 고소한 정도만 느껴지게 넣는 게 딱 좋았습니다.

김 위에 밥을 얇게 펴고 오이와 참치, 묵은지를 욕심껏 올린 다음 돌돌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오이가 너무 많아서 이게 제대로 말릴까 싶었는데 꾹꾹 잡아주면서 말아놓으니 제법 모양이 나왔습니다.

보통 교회 야유회에서 김밥은 흔한 음식이라 마지막까지 몇 줄 남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사람들이 하나씩 맛을 보더니 다시 가지러 옵니다.

"이거 오이만 많이 들어간 건데 왜 이렇게 맛있어요?"

옆에 있던 분은 집에서 만들어보겠다면서 안에 뭐 넣었느냐고 물어봅니다. 아이들보다는 특히 어른들에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결국 제가 가져간 김밥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바닥이 났습니다.

다음 교회 야유회에도 뭘 가져갈 거냐고요?

이번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