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의 지인정도로 몇번 식사 같이 한정도로 아는 사람이 뇌암으로 나이 쉰 다섯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50살이 되니 주변에서 이런 소식을 들을 때 예전하고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20대나 30대 때는 누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괜찮은 걸까? 특히 뇌암이라는 말을 들으니 더 무섭더군요. 위암이나 대장암은 내시경으로 검사한다는 걸 알고 있고 폐암도 CT 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뇌암은 건강검진하면서 피검사를 한다고 발견되는 것도 아닐 테니 도대체 어떻게 미리 알아내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조금 의외였습니다.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권장되는 정기적인 뇌암 선별검사는 없다고 합니다.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몇 년에 한 번씩 뇌 MRI를 찍어야 한다는 식의 검사 기준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뇌종양은 이상 증상이 생긴 뒤 검사를 하면서 발견됩니다.
계속 심해지는 두통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야 이상, 균형감각 문제, 구토, 성격이나 행동의 변화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필요할 경우 MRI를 찍는 방식입니다.
뇌종양을 확인하는 영상검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MRI입니다.
MRI는 방사선을 사용하는 검사가 아니고 뇌의 구조를 상당히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의사가 뇌종양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조영제를 사용한 MRI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처럼 특별한 증상은 없는데 불안해서 MRI를 찍어보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보험 문제가 생깁니다.
미국 건강보험은 보통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검사를 중심으로 보장합니다.
이전에는 없던 심한 두통이 계속되거나 발작, 시력 문제, 팔다리 힘이 떨어지는 증상 등이 있고 의사가 뇌 MRI를 처방했다면 보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아무 증상도 없는데 단순히 걱정돼서 "뇌암이 있는지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라고 MRI를 찍는다면 일반적인 예방검진으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에 따라 사전승인을 요구할 수도 있고,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MRI 센터부터 찾아가는 것보다 주치의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가족 중 뇌종양 환자가 여러 명 있거나 특정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고위험군에서는 의사가 정기적인 진찰이나 MRI 검사를 권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50살도 됐으니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MRI 한번 찍어버릴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전신 MRI처럼 증상이나 특별한 위험요인이 없는 사람을 무조건 검사하는 방식은 현재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 권장되는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별문제 없는 작은 이상까지 발견되어 다시 검사하고 조직검사를 하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걱정과 비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몸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까지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전과 확실히 다른 두통이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갑자기 발작을 하는 경우,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우, 말이나 시야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라면 단순히 나이 탓이라고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암이 걱정된다고 매년 MRI를 찍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50살이 된 만큼 주치의를 정해놓고 정기검진을 받으면서 몸의 변화를 기록해두자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검진을 받는 이유가 이제야 조금 이해됩니다.병을 무조건 찾아내겠다는 것보다 평소의 내 몸 상태를 알아두고, 뭔가 달라졌을 때 빨리 알아차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Trail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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