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텃밭에서 채소 키우면 식비 얼마나 줄어들까 - Fairfax - 1

봄에 뒷마당에 원목 화단 박스 하나 들이고 방울토마토랑 바질을 심은 이웃이 있었다. 여름 내내 사진을 올리면서 이제 마트 갈 일이 줄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런데 텃밭이 정말 식비를 줄여주는지 숫자로 따져본 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조사 자료를 찾아봤다.

요즘 텃밭에 관심 갖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부터 흥미로웠다. 텃밭을 늘리겠다는 응답자 중 3분의 2 가까이가 이유로 물가 상승을 꼽았고, 미국 가구의 35퍼센트 정도는 이미 집에서 채소나 과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미국 원예협회(National Gardening Association) 조사에 따르면 관리가 잘 된 채소 텃밭 하나가 한 시즌에 만들어내는 농산물 가치는 평균 600달러 정도다. 텃밭 하나에서 그 정도가 나온다니 생각보다 크긴 하다.

문제는 이 600달러가 순이익이 아니라는 점이다. 씨앗, 흙, 비료, 화단 자재, 물 값을 다 빼고 나야 진짜 이득이 남는다.

초기 비용만 봐도 격차가 크다. 땅에 바로 심는 간단한 텃밭은 30~60달러 선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원목 화단 박스를 새로 짜고 흙까지 채우면 250~500달러가 훌쩍 넘어간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씨앗과 모종에 25달러, 흙과 퇴비에 40달러, 비료에 15달러, 화단과 도구에 60달러, 물과 잡비에 20달러 정도가 들어가는 식이다. 웬만한 텃밭 하나에 160달러 안팎이 든다는 뜻이다.

전자는 첫 재배 시즌에 바로 본전을 뽑지만 후자는 본전 뽑는 데만 2~3번의 재배 시즌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화단 박스부터 지른 그 이웃한테는 이 얘기를 굳이 하지 않았다.

대신 첫해에 화단과 도구를 갖춰두면 2년 차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매년 다시 사는 건 씨앗과 흙 보충 정도라서, 이때부터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연간 500에서 1000달러까지 식비를 아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 냉정한 자료도 있다. 미주리대 쪽 조사에서는 텃밭 면적당 평균 가치가 1제곱피트당 0.74달러 정도로 나왔다.

그런데 다른 연구에서 본인 노동 시간의 값어치까지 계산에 넣었더니 얘기가 확 달라졌다. 노동비를 포함한 순가치가 1제곱피트당 오히려 마이너스 0.11달러로 나온 것이다.

쉽게 말하면 주말에 흙 만지는 시간을 시급으로 환산해서 넣는 순간, 텃밭은 돈 버는 일이 아니라 돈 쓰는 취미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는 살짝 배신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텃밭이 다 손해라는 얘기는 아니다. 작물마다 절약 효과가 크게 갈린다.

바질 한 포기는 씨앗값이 4달러 정도인데, 마트에서 파는 생바질을 그만큼 사 먹으려면 50~60달러는 든다. 방울토마토나 잎채소도 씨앗 대비 수확 가치가 꽤 높은 편이다.

반대로 감자나 양파처럼 마트에서 세일할 때 싸게 파는 작물은 텃밭에서 키워도 이득이 별로 없다. 땅만 많이 차지하고 정작 지갑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셈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라고 묻는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비싼 화단 박스부터 짓지 말고 마트에서 비싸게 파는 허브와 잎채소, 방울토마토 위주로 좁게 시작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 처음부터 원목 화단 박스나 자동 급수 장치 같은 걸 욕심낼 필요는 없다. 화분 몇 개랑 삽 한 자루로 시작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계산 자체가 마당 있는 단독주택 기준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파트나 렌트에 사는 가구는 애초에 이런 선택지를 갖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텃밭을 식비 절감 수단으로 크게 기대하기보다 허브 화분 몇 개로 시작해서 재미 삼아 늘려가는 쪽을 권하고 싶다. 그 정도면 실패해도 손해가 크지 않고, 잘되면 마트 갈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