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회사 동료가 팀장 면담 들어갔다가 표정이 애매하게 나온 적이 있어요. 승진 얘기인 줄 알고 잔뜩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나온 얘기는 다른 팀으로 옮겨서 비슷한 레벨로 새로 시작해보라는 제안이었다고 하더군요.
직급도 연봉도 거의 그대로인데 담당 업무랑 팀만 바뀌는 거죠. 회사에서는 이걸 레터럴 무브라며 괜찮은 기회처럼 포장했다고 해요.
동료는 그날 저녁에 저한테 전화해서 이게 승진 대신 받는 위로상인지, 아니면 진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제안인지 헷갈려하더라고요. 사실 요즘 미국 회사에서 이런 케이스, 생각보다 흔합니다.
일단 숫자부터 짚고 가면, 2025년 미국 기업들이 계획한 평균 승진 비율은 전체 직원의 9.3%였어요. 2024년의 8%보다는 올랐지만, 2022년 5월 정점이었던 14.6%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죠.
그 정점 이후로 승진률은 2024년 5월까지 25% 떨어져서 10.7%까지 내려왔다고 해요. 팬데믹 직후처럼 자리가 펑펑 나던 시절은 이제 확실히 끝난 셈입니다.
젊은 직원일수록 이 흐름을 세게 맞고 있어요. 25~34세 구간은 2025년 5월 기준 승진률이 14.5%였는데, 2019년에는 16~17%였거든요.
20~24세는 더 심해서 같은 기간 17%로, 2019년의 22~23%에서 꽤 내려앉았습니다. 신입이나 주니어급일수록 승진 자리 자체가 줄어든 거예요.
내부 이동 트렌드도 봐야 하는데, 2025년 상반기 채용 수요는 전년 대비 6% 늘었는데도 내부 채용 건수는 오히려 8% 줄었다고 해요. 6월 기준 전체 채용 중 내부 인력 비중은 30%밖에 안 됐고요.
회사들이 자리는 만들면서도 승진 대신 옆으로 옮기는 식으로 메꾸고 있다는 뜻이죠. 이 제안, 나만 겪는 특이한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아두면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그럼 회사는 왜 승진 대신 수평 이동을 제안할까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예산이에요. 직급을 올리면 급여 밴드도 같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 예산 승인이 지금은 예전만큼 쉽게 나지 않거든요.
반면 수평 이동은 직급 변경이 없으니 인사팀 입장에서 결재 라인이 훨씬 짧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퇴사를 막으면서 돈은 덜 쓰는, 꽤 효율적인 카드인 셈이죠.
그렇다고 무조건 나쁜 제안은 아니에요. 경영학 학술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 연구를 보면, 옆으로 이동한 직원들이 나중에 더 많이 승진하고 임금 상승폭도 더 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새 팀에서 새 기술이나 새 인맥을 쌓는 게, 한 자리에 눌러앉아 있는 것보다 장기적으로는 더 큰 지렛대가 된다는 거예요. 당장은 제자리걸음처럼 보여도 2~3년 뒤에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리텐션 쪽 자료도 재미있어요. MIT 슬론 경영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사내에서 다른 부서로 옮길 기회가 있다는 사실 하나가, 승진보다 직원을 붙잡아두는 효과가 열두 배나 크다고 합니다.
내부 이동이 활발한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평균 5.4년을 다니는데, 이동이 거의 없는 회사는 2.9년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요. 같은 회사 안에서 숨 쉴 구멍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이렇게 크더군요.
다만 균형을 잡아야 할 부분도 있어요. 다른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55%가 커리어 결정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명확한 승진 경로를 꼽았습니다.
수평 이동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 한참 낮았죠. 이론적으로는 옆으로 가는 게 나쁘지 않지만, 현실에서 대다수는 여전히 위로 올라가는 그림을 더 원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이 제안을 받았을 때 첫 번째로 따져야 할 건 보상입니다. 수평 이동으로 연봉이 오르는 폭은 보통 5에서 10% 선이고, 실제로는 5%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해요.
승진이었다면 받았을 인상률과 비교하면 확실히 아쉬운 숫자죠. 그래서 이 부분, 협상 없이 그냥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하고 싶어요.
사내 이동이라고 연봉 협상을 못 하는 건 아니거든요. 새로 맡을 업무 범위와 책임, 지금까지 성과를 근거로 숫자를 다시 제시하는 게 맞습니다.
연봉만 고집하지 말고 보너스, 직급 명칭, 재택 조건도 같이 테이블에 올려보세요. 하나를 양보하는 대신 다른 하나를 받아내면 협상 여지가 훨씬 넓어집니다.
두 번째는 이게 진짜 성장 기회인지, 그냥 승진을 미루기 위한 임시방편인지 가려보는 거예요. 새 팀 매니저가 누구인지, 그 팀 위상이 어떤지부터 물어보세요.
옮기는 팀이 예산도 줄고 존재감도 없는 곳이라면, 그건 성장이 아니라 자리 정리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힘을 싣는 신사업이나 핵심 조직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세 번째는 약속을 말이 아니라 글로 받는 거예요. 다음 승진 사이클에서 우선 고려하겠다는 말, 이메일로 한 줄이라도 남겨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구두 약속은 매니저가 바뀌는 순간 쉽게 사라지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기록을 남기는 걸 유난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흐름 자체가 노동시장 구조의 신호라고 봐요. 승진 대신 수평 이동 카드를 꺼내는 건 결국 인건비 부담을 직원 개개인의 리스크로 넘기는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제안을 받으면 회사 선의만 믿지 말고, 조건을 최대한 명확하게 만들어두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절약하는 만큼 나도 챙겨야 공평하죠.
결론부터 말하면, 무조건 거절할 이유도 없고 무조건 받아들일 이유도 없습니다. 새 역할이 실제로 기술과 네트워크를 넓혀주고 다음 승진으로 이어질 다리가 되어준다면 받을 가치는 충분해요.
반대로 그냥 승진 시즌을 넘기기 위한 임시 처방이라면, 그 자리에서 정중하게 조건을 되묻고 시간을 벌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라면 팀과 매니저, 그리고 서면 약속 이 세 가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인하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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