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난방비 안내문을 보다가, 순간 숫자를 잘못 봤나 싶었다.
확인해보니 이번 겨울 천연가스로 난방하는 가정은 평균 931달러를 낸다고 하고, 작년보다 206달러, 그러니까 28퍼센트나 오른 금액이라 진짜 놀랐다. 겨울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반년 치를 합친 금액이니 한 달로 나눠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도매가격부터 올랐다던데, 가스 소매가가 1천 세제곱피트당 13.02달러에서 15.95달러로 뛰었다니 소비자만 억울하게 됐다. 사용량이 작년과 똑같아도 청구서 숫자는 알아서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쯤 되면 다들 온도조절기 앞에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게 되는데, 여기서 그 유명한 질문이 나온다. 온도를 1도만 낮춰도 정말 요금이 줄어들긴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몸만 고생하고 끝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에너지부가 내놓은 계산법이 있다. 하루 중 최소 8시간 동안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그 1도당 전체 난방비의 1퍼센트 정도가 줄어든다는 게 공식 추산치더라.
여기서 핵심은 8시간 이상이라는 조건인데, 잠깐 낮췄다가 금방 다시 올리면 이 계산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꾸준함이 절약의 절반은 차지한다는 얘기다.
자기 전에 살짝 낮췄다가 아침에 바로 올려버리는 정도로는 1퍼센트를 다 챙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숫자로 환산해보면 좀 감이 온다. 평균 난방비 931달러를 기준으로 잡으면, 1도만 낮춰도 시즌 전체로 9달러 정도가 빠지는 셈이다.
3도를 낮추면 대략 28달러쯤 되는데, 크지 않아 보여도 겨울 내내 커피 몇 잔 값은 나온다.
에너지부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잠자거나 외출할 때 7도에서 10도까지 낮추면 연간 최대 10퍼센트까지 절약된다고 안내한다.
이 정도면 90달러 안팎이니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 싶다. 낮 동안 68도 정도를 기본값으로 두고 밤이나 외출 시간에만 확 낮추는 방식이라 실천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이 퍼센트는 지역이나 기후에 따라 좀 달라진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원래 겨울이 혹독한 지역은 보일러가 거의 쉬지 않고 도는 구조라 1도 차이가 비율로는 오히려 작게 나온다. 반대로 겨울이 상대적으로 순한 지역에서는 퍼센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1도에 1퍼센트는 평균치일 뿐, 우리 집 계량기가 정확히 그 숫자를 찍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방향성은 분명하니까 지난주부터 슬쩍 집에서 실험을 해봤다.
아무도 모르게 온도를 1도만 내려놓고 누가 먼저 눈치채나 지켜보는, 나름 소심한 도전이었다.
결과는 다들 평소랑 똑같이 얇은 옷 입고 돌아다녔고, 춥다는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굳이 티 낼 필요 없이 계속 이대로 가도 되겠다 싶다.
온도를 낮추는 김에 같이 챙기면 효과가 배가되는 것들도 있다.
창문이나 문틈으로 새는 바람만 막아도 체감 온도가 확 달라지고, 얇은 옷 한 겹 더 걸치는 것만으로 실내 온도를 1~2도는 더 낮게 잡을 수 있다.
커튼을 두꺼운 걸로 바꾸고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열어서 햇빛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체감 온도가 꽤 달라진다.
가습기를 같이 틀어두는 것도 은근히 효과가 있는데, 습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같은 온도에서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
안 쓰는 방은 문을 닫아서 난방 범위 자체를 줄이는 것도 꽤 쏠쏠한 방법이다. 다만 배관이 지나가는 방까지 아예 난방을 끄는 건 동파 위험이 있으니 피하는 게 낫다.
프로그래머블 온도조절기나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쓰면 이 8시간 조건을 사람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채워준다. 자는 시간과 출근 시간만 등록해두면, 깜빡하고 안 올려도 알아서 낮췄다 올렸다를 반복해주니 편하다.
보일러나 히터 필터를 주기적으로 갈아주는 것도 같이 챙길 부분이다. 필터가 막혀 있으면 온도를 아무리 낮춰도 효율이 떨어져서 애써 아낀 절약분이 슬쩍 상쇄돼버린다.
렌트로 사는 경우라면 공과금을 직접 낸다는 전제 하에 이 절약이 고스란히 내 지갑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관리비에 난방비가 포함된 곳이라면 당장 체감은 덜하겠지만, 건물 전체 사용량이 줄면 다음 시즌 관리비 인상 폭에도 영향을 준다.
올해처럼 가스 요금이 28퍼센트나 뛴 해에는 이런 자동화가 특히 고맙게 느껴진다.
사실 처음 안내문 숫자를 봤을 때는 그냥 넘어갈까 싶었는데, 계산을 해보니 마음이 좀 달라졌다.
1도, 3도, 그리고 밤사이 7도에서 10도까지, 단계별로 아낄 수 있는 금액이 눈에 보이니 안 할 이유가 없어졌다.
어차피 온도계 숫자 1~2 정도는 두꺼운 양말 한 켤레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범위다.
나라면 낮에는 지금 온도를 유지하더라도, 잠들기 전만큼은 확실히 낮추고 이불 하나 더 덮는 쪽을 택하겠다. 어차피 자는 동안은 못 느끼는 1퍼센트, 안 아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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