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메, 샌안토니오가 시방 광주하고 자매사이였어라? - San Antonio - 1

며칠 전 샌안토니오 공항 벽에 붙어 있는 세계 여러 도시 이름을 무심코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이 하나 있더군요.

Gwangju, South Korea.

광주라면 그 전라도 광주 맞나? 찾아봤더니 정말 맞았습니다.

그것도 최근에 슬쩍 친해진 정도가 아니라 광주광역시와 샌안토니오는 1982년 2월 4일 자매도시 결연을 맺었습니다.

벌써 40년이 훌쩍 넘은 사이입니다.

그런데 자매도시라는 게 도대체 뭘까요?

쉽게 말하면 서로 다른 나라의 두 도시가 지방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교류하자고 공식적으로 약속한 관계입니다.

국가끼리 맺는 외교관계보다 규모는 작지만 문화, 교육, 청소년, 대학, 경제, 예술 같은 분야에서 사람을 보내고 행사를 열면서 관계를 이어갑니다.

샌안토니오시도 자매도시 제도를 주민 간 교류를 통한 일종의 시민외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시장끼리 만나 사진 한번 찍고 명패 하나 교환하는 정도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광주와 샌안토니오 관계를 찾아보니 의외로 실제 흔적이 많았습니다.

워메, 샌안토니오가 시방 광주하고 자매사이였어라? - San Antonio - 2

대표적인 것이 샌안토니오의 Denman Estate Park에 있는 완전 한국식 정자입니다.

2010년 광주가 샌안토니오에 기증한 것으로, 광주에서 제작한 뒤 한국의 장인과 예술가들이 샌안토니오까지 와서 직접 조립했습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정자라고 합니다.

지금도 샌안토니오시가 이 공원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샌안토니오도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답례로 샌안토니오 작가가 만든 'Sister Cities, Light of Friendship', 우리말로 '자매도시, 우정의 빛'이라는 작품을 광주에 기증했습니다.

2019년 양 도시는 다시 협약을 맺으면서 문화, 교육, 산업 분야의 교류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교류가 옛날 이야기로 끝난 것도 아닙니다.

2022년에는 자매결연 40주년을 기념해 샌안토니오 Artpace에서 광주 관련 현대미술 특별전이 열렸고, 2024년에는 샌안토니오 학생봉사단이 광주를 방문했습니다.

2025년에는 알라모대학 교수단이 광주의 대학들을 방문했고 광주대학교와 교류의향서도 체결했습니다. 2026년 6월에는 UTSA 교수단이 광주의 주요 대학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만났습니다.

워메, 샌안토니오가 시방 광주하고 자매사이였어라? - San Antonio - 3

그러니까 자매도시라고 해서 시민에게 무슨 특별한 혜택이 생기거나 광주시민이 샌안토니오에 오면 세금을 깎아주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핵심은 도시와 도시 사이에 공식적인 교류 통로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학생 교환, 예술가 초청, 대학 협력, 경제사절단, 문화행사 같은 일을 할 때 처음부터 낯선 도시와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해지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묘합니다. 서울이나 부산도 아니고 미국 텍사스 한복판의 샌안토니오와 전라도 광주가 1982년부터 손을 잡고 있었다니 말입니다.

공항 벽에서 Gwangju라는 글자를 발견했을 때는 그냥 '어, 한국 도시도 있네' 정도였는데 사연을 알고 나니 다르게 보입니다.

샌안토니오 어딘가에 광주에서 온 정자가 서 있고, 지구 반대편 광주에는 샌안토니오에서 보낸 작품이 서 있습니다.

워메, 이 정도면 그냥 이름만 올린 자매가 아니라 40년 넘게 연락하고 지낸 오래된 자매가 맞았어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