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집을 소유하는 것을 인생 목표 중 하나로 꼽습니다.
매달 렌트비를 내느니 차라리 집을 사서 자기 자산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막상 집을 사보면, 렌트와는 비교도 안 되게 다양한 추가 비용들이 따라옵니다.
렌트에는 없고, 주택 소유자만이 감당해야 하는 '추가 지출 목록'을 총정리해 보겠습니다.
재산세(Property Tax)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재산세입니다. 미국은 주마다, 또 카운티마다 세율이 다르지만 보통 집 가치의 1%~3% 정도를 매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0만 달러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1년에 최소 5천 달러에서 많게는 1만 5천 달러 이상이 나갈 수 있는 거죠. 렌트 세입자일 때는 집주인이 이 세금을 대신 내주기 때문에 크게 체감하지 못하지만, 집주인이 되면 매년 꼬박꼬박 나가는 고정지출이 됩니다.
주택 보험(Homeowners Insurance)
렌트할 때는 '렌터 보험(Renter's Insurance)'을 가입하면 끝납니다. 이건 보통 한 달에 20~30달러 수준으로 저렴하죠. 하지만 집을 소유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집 자체에 대한 보험을 들어야 하고, 화재, 도난, 천재지변 같은 위험을 모두 커버하려면 연간 수천 달러가 나갑니다. 특히 허리케인, 산불, 토네이도 같은 자연재해가 잦은 지역은 보험료가 더 비쌉니다.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 해안가처럼 위험도가 높은 곳은 아예 민간 보험사가 커버를 거부하기도 해서, 주정부가 운영하는 특별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모기지 이자(Mortgage Interest)
집을 현금으로 사는 경우는 드물죠. 대부분은 은행 대출을 끼고 모기지를 갚아나갑니다. 이때 원금만 내는 게 아니라 이자도 같이 내야 하는데, 이자 비율이 크면 클수록 매달 나가는 돈이 상당합니다. 최근 몇 년간 금리가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몇 백 달러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렌트는 그냥 월세만 내면 끝인데, 집을 사면 대출 이자라는 보이지 않는 추가 비용을 매달 감당해야 합니다.
HOA 비용(Homeowners Association Fee)
만약 콘도, 타운하우스, 게이트 커뮤니티 같은 곳에 집을 사면 HOA 비용이 붙습니다. 이건 쉽게 말해 관리비인데, 공용 시설(수영장, 정원, 클럽하우스) 유지나 단지 청소, 보안 등을 위해 매달 일정 금액을 내야 합니다. 어떤 곳은 한 달에 100달러 수준이지만, 고급 단지는 500~1,000달러 이상까지 올라갑니다. 렌트할 때는 월세에 이런 게 다 포함돼 있어서 따로 신경 쓸 일이 없었죠. 하지만 집을 소유하면 HOA 비용은 피할 수 없는 추가 지출입니다.
유지·보수 비용(Maintenance & Repairs)
아마 가장 크게 체감하는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일 겁니다. 렌트할 때는 싱크대가 고장 나도, 에어컨이 망가져도, 지붕에 문제가 생겨도 집주인이 수리비를 부담합니다. 하지만 내 집이 되면 모든 수리비는 100% 본인 책임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갈 수밖에 없고, 이런 비용은 렌트 생활에서는 상상도 안 했던 돈입니다.
유틸리티(Utilities)
물론 렌트도 전기, 가스, 수도세를 내야 하지만, 보통 아파트는 효율이 좋아서 부담이 덜합니다. 반면 단독주택을 소유하면 집 크기가 크고,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지면서 유틸리티 비용이 크게 늘어납니다. 잔디 물 주기, 겨울철 난방, 여름철 냉방까지 고려하면 렌트 때보다 두세 배로 오를 수도 있어요. 게다가 쓰레기 수거비나 하수도 기본료 같은 것도 집주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장기적인 리모델링/업그레이드 비용
집을 오래 살다 보면 단순 수리 외에도 리모델링 욕구가 생깁니다. 부엌을 새로 꾸민다거나, 욕실을 업그레이드한다거나, 바닥재를 교체하는 일들이죠. 이런 건 필수는 아니지만, 집 가치를 유지하거나 올리려면 결국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공사 비용은 몇 천 달러에서 몇 만 달러까지 들어갑니다.
예상 못 한 비용들
마지막으로 집을 소유하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자꾸 생깁니다. 예를 들어 나무 뿌리가 하수관을 막았다든지, 겨울 폭풍에 나무가 쓰러져 지붕을 뚫었다든지, 동네 규정 때문에 담장을 교체해야 한다든지 하는 일들이죠. 렌트할 땐 집주인 문제였지만, 내 집일 땐 오롯이 내 지출이 됩니다.
렌트와 비교했을 때 집 소유의 가장 큰 차이는 '예상 가능한 고정비 + 예측 불가능한 변수비'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재산세, 주택 보험, 모기지 이자, HOA 비용 같은 고정비용은 매년 빠짐없이 내야 하고, 유지보수와 리모델링, 돌발 상황에 따른 수리비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따라옵니다.
그렇다고 집 소유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집을 갖고 있으면 세금 혜택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자산 가치 상승이라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다만 렌트와 비교했을 때 단순히 "월세 대신 모기지만 내면 끝"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집주인이 된다는 건 매달, 매년 생각지도 못한 돈이 나가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