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생들이 인턴 대신 알바를 택하는 이유 - Phoenix - 1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나 동네 수영장 안전요원 자리에 미국 고등학생들이 여름 내내 서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 보던 여름방학 풍경과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방학이면 대기업 인턴 한 줄이라도 이력서에 넣으려고 애쓰던 한국 학생들 기억이 자연스럽게 겹쳐 떠오르더라고요.

미국 십대들이 실제로 많이 잡는 자리를 보면 아이스크림 가게나 수영장 말고도 마트 계산대, 패스트푸드점 카운터, 동네 놀이공원 매표소 같은 곳이 흔한 편입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에서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번듯한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인턴십이라는 제도 자체가 대체로 대학생 이상을 겨냥해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노동부 기준으로는 무급 인턴 자리가 합법이 되려면 그 경험이 회사보다 학생 본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이 기준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있다 해도 상당수가 무급이라, 여름 한철 시간을 투자한 대가로 돈 한 푼 못 받는 구조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면 아르바이트는 시급이 낮더라도 일한 만큼 통장에 돈이 꽂힙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로 시간당 7.25달러에 그대로 묶여 있다고 하니, 십육 년 가까이 오르지 않은 채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동결 구간을 지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애리조나처럼 주 정부가 따로 최저임금을 정해 놓은 곳도 있어서, 2025년 1월부터 이 지역 최저임금은 시간당 14.70달러로 연방 기준의 두 배에 가깝게 뛰었습니다.

그러니 같은 미국이라도 어느 주에 사느냐에 따라 여름 알바로 손에 쥐는 돈이 꽤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보면 1978년에는 10대 학생들의 여름철 고용률이 58퍼센트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2000년까지도 절반을 넘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이 비율이 눈에 띄게 꺾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2025년 7월 기준 16세에서 24세 사이 청년 고용률은 53.1퍼센트로, 1년 전 54.5퍼센트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청년 실업률도 같은 기간 9.8퍼센트에서 10.8퍼센트로 올라갔으니, 요즘 학생들이 여름 일자리 구하기가 예전보다 쉽지만은 않은 셈입니다.

그럼에도 일하는 청년의 상당수, 대략 4분의 1 정도는 식당이나 리조트 같은 레저·숙박업 쪽에 몰려 있다고 하니, 특별한 경력 없이도 바로 뽑아주는 업종으로 몰리는 흐름은 여전한 듯합니다.

미성년자 고용에는 노동시간 제한도 따로 붙어 있어서, 열여섯 살 미만은 학기 중이 아니어도 하루 여덟 시간, 주 사십 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신 6월부터 노동절 전까지는 밤 아홉 시까지 근무가 허용되니, 여름 한정으로는 조금 더 유연하게 시프트를 짤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인턴 자리가 애초에 문턱이 높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부분입니다.

나사 같은 유명 기관의 고등학생 인턴 프로그램만 봐도 최소 16세 이상이라는 나이 제한에 경쟁률까지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관련 활동 경험이 쌓인 학생일수록 유리한 구조라, 처음 사회 경험을 시작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에게는 진입 장벽이 꽤 높은 편입니다.

한국식으로 치면 스펙 관리에 가까운 셈인데, 미국에서는 이 스펙이라는 게 아무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건 대학 입시 쪽 시선입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경력을 이력서 한 줄에 적어도, 책임감과 시간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요소로 읽어주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인턴을 한 학생과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을 같은 반 친구로 두고도 서로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태도,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꽤 건강하다고 느껴집니다.

다만 이 풍경을 마냥 낭만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형편이 넉넉한 집 아이는 여름을 인턴이나 여행으로 채우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생계 때문에 일해야 하는 계층 격차가 그 밑에 분명히 깔려 있으니까요.

최저임금 수준이 좀 더 현실적이고 복지 제도가 촘촘했다면, 십대가 순전히 돈 때문에 여름 내내 매달릴 일은 지금보다 줄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교실 이데아를 부르며 획일적인 입시 경쟁을 향해 날을 세웠던 시절이 떠오르는데, 지금 미국 고등학생들의 여름을 보면 그때와는 정반대로 각자 다른 길을 가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부모들도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 응대하고 지각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걸 오히려 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인턴 경력 한 줄보다 이런 기본기가 대학이나 직장에서 더 오래가는 자산이 된다는 분석에는 저도 공감이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자잘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나중에 대학 에세이나 첫 이력서에 적을 때 오히려 더 진솔하게 읽힐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인턴이든 아르바이트든 그 나이에 스스로 돈을 벌어본 경험 자체가 남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회가 그 다양한 경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태도만큼은 우리도 눈여겨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