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왜 한국처럼 비데(bidet)를 잘 안 쓸까? - Fairfax - 1

미국 뉴스 보다가 궁금증이 풀린게 있어서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주부들 모이면 은근히 자주 나오는 단골 수다 주제가 바로 "미국 애들은 왜 이렇게 비데(bidet)를 안 쓸까?" 하는 거요.

많은 한국인들이 비데라고 하면 변기에 부착된 노즐에서 물이 나오는 장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원래 비데(Bidet)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비데는 17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에는 화장실과 별도로 설치된 작은 도자기 세면대처럼 생긴 기구였습니다. 모양만 보면 어린아이용 세면기나 낮은 싱크대처럼 보입니다.

사용 방법도 용변 후 비데 위에 걸터앉아 물로 직접 씻는 방식이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개인 위생 관리였으며, 특히 샤워 시설이 일반화되기 전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남유럽 국가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비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호텔이나 오래된 주택 욕실에 가면 변기 옆에 변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물이 나오는 별도의 도기 기구가 하나 더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원래 형태의 비데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에서는 이 전통적인 비데가 오랫동안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주둔했던 일부 미군들이 비데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 성인업소나 남들과 공유하는 호텔비데를 처음 보고 한동안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지금도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비데가 흔합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신축 주택에 비데 설치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기준이 있을 정도로 보급률이 높습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는 전자식 비데는 사실 전통적인 유럽 비데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형태입니다.

별도의 도기 기구를 설치하는 대신 변기에 노즐을 장착해 공간을 절약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인 것입니다.

그래서 유럽 사람이 한국 화장실을 보면 "비데가 변기 안으로 들어갔네?"라고 생각하고, 한국 사람이 유럽 화장실을 보면 "변기 옆에 왜 작은 변기가 하나 더 있지?"라고 생각하는 재미있는 문화 차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왜 한국처럼 비데(bidet)를 잘 안 쓸까? - Fairfax - 2

그리고 미국인들의 화장지 사랑은 정말 유별납니다. 팬더믹때 휴지 파동났던거 다 기억하시죠?

문화적인 걸 떠나서 현실적인 주거 인프라 문제도 커요. 당장 미국 집 화장실 가보시면 변기 주변에 전원 콘센트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국식 따뜻한 전자식 비데를 설치하고 싶어도 선을 연결할 곳이 없는 거죠. 전선 길게 늘어뜨리자니 미관상 보기 싫고, 사람 불러서 전기 공사 하자니 미국 인건비 아시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집니다.

게다가 미국 화장실은 바닥에 배수구가 없는 100% '건식 구조'잖아요.

물이 조금이라도 튀거나 배관에서 새면 아래층 천장 내려앉고 난리가 나기 때문에, 물을 쓰는 비데 설치 자체를 극도로 조심스러워해요. 여기 버지니아나 다른 주들도 석회질이 많은 경수(Hard Water)가 나오는 지역이 많아서, 비데 노즐이 금방 막히고 고장 난다는 현실적인 기술 문제도 있고요.

미국은 아파트나 타운하우스를 렌트(월세)해서 사는 비율이 정말 높잖아요.

내 집이 아니다 보니 변기를 바꾸거나 배관을 건드리는 개조 작업은 집주인(Landlord) 허락 없이는 절대 불가능해요. 나중에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 해놓으라는 잔소리 듣기 십상이라 세입자들은 그냥 포기하고 살게 되는 거죠. 한국처럼 건설 단계부터 분양 옵션으로 비데를 넣어주는 문화가 여기선 아예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 뉴스 보니까 요즘 분위기가 바뀌고 있대요.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몇 년 전 팬데믹 시절이었죠.

그때 미국 마트마다 화장지 사재기 대란 일어나서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휴지를 못 구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미국인들이 드디어 대안을 찾기 시작한 거예요.

요즘은 'TUSHY' 같은 힙한 스타트업들이 전기가 필요 없는 '무전원식 비데'를 엄청 세련되게 뽑아내면서 젊은 미국의 MZ세대들 사이에서 팔리고 있답니다. 변기 커버 아래에 살짝 끼워 넣고 기존 배관수압으로만 작동하는 방식인데, 설치도 쉽고 디자인도 예뻐서 완전 핫해요.

저희 집도 한국에서 쓰던 뜨끈한 비데가 그리울 때가 많지만, 요즘은 미국 마트에서도 물티슈(Wipes) 종류가 워낙 잘 나와서 아쉬운 대로 버티고 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미국인들이 비데의 '신세계'에 눈을 뜨고 있다니 머지않아 미국 모든 가정집 화장실에서 물줄기 소리를 듣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