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배경 공포영화, The Sixth Sense (1999) - Philadelphia - 1

살면서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를 몇 편이나 만날 수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영화팬들에게 그 첫 경험은 1999년 극장가를 완전히 뒤흔들었던 바로 이 작품, The Sixth Sense였을 겁니다.

지금이야 '반전 영화'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솔직히 이 영화를 단순한 스릴러로만 치부하기엔 담고 있는 슬픔이 너무나 깊습니다. 오랜만에 방구석 불을 끄고 이 클래식을 다시 정주행했는데 다 알고 봐도 소름이 돋는 건 여전하더라고요.

영화는 시종일관 차갑고 가라앉은 톤을 유지합니다. 이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한 일등 공신은 바로 실제 촬영지인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예요.

이 영화를 쓰고 연출한 나이트 샤말란(Night Shyamalan) 감독은 필라델피아 인근 앰블러에서 자란 골수 로컬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도시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죠.

콜이 잔뜩 겁에 질려 걷던 좁은 골목길, 오래된 벽돌 건물들... 이 모든 게 세트가 아니라 필라델피아 Old City와 Society Hill의 실제 풍경입니다. 18~19세기의 고풍스러우면서도 어딘가 고립된 듯한 건축 양식들이 영화 속 유령들이 서성이는 음산한 공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샤말란 감독의 필라델피아 사랑은 유별나서, 이후 만든 언브레이커블, 사인, 빌리지 같은 대표작들도 죄다 이 동네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그에게 필라델피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서사를 완성하는 거대한 주인공이었던 셈이죠.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했던 아이,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

"I see dead people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

단언컨대 영화 역사상 가장 슬프고도 공포스러운 이 한마디를 뱉던 여덟 살 소년, 콜 시어.

영화 스토리 보다 더 무서을 정도로 ㅋㅋ 넘사벽 연기력을 보여준 당시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는 그야말로 '신들렸다'는 표현이 딱이었습니다.

유령을 보며 느끼는 극도의 공포, 엄마에게조차 비밀을 말하지 못하는 외로움, 그리고 어른보다 더 깊은 슬픔을 담은 그 눈빛은 다시봐도 놀랄 내면연기를 보여줍니다.

오디션 당시 샤말란 감독이 대본을 읽어보라고 하자, 이 꼬마가 감정을 완벽하게 잡고 연기를 하더랍니다.

놀란 감독이 "대본을 몇 번이나 읽었니?"라고 묻자, 헤일리가 "어젯밤에 세 번 읽었어요"라고 답했죠. 옆에 있던 아이 아버지가 슬쩍 정정해 주기를, "아니요, 얘 어젯밤에 대본 전체를 세 번 정독했습니다"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8살짜리가 자기 배역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오디션장에 왔던 거예요.

결국 이 천재 아역 배우는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히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릅니다. 성인 배우들을 제치고 시상식의 가장 큰 화제가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필라델피아 배경 공포영화, The Sixth Sense (1999) - Philadelphia - 2

터프가이 브루스 윌리스의 가장 부드럽고 슬픈 얼굴

다이 하드의 액션 스타로 익숙했던 브루스 윌리스. 하지만 식스 센스에서 그는 총을 내려놓고 말콤 크로우라는 아동 심리 전문의로 분해 커리어 정점의 감성 연기를 선보입니다. 상처 입은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면서도, 정작 자기 아내와의 관계는 소원해져 외로워하는 그 쓸쓸한 뒷모습은 영화의 깊이를 한 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브루스 윌리스의 소식을 들으면 이 영화 속 말콤의 모습이 겹쳐 보여 마음이 참 먹먹해집니다. 아시다시피 그는 2022년 실어증 증세로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전두측두엽 치매(FTD) 진단을 받아 현재 투병 중입니다. 언어를 인지하고 소통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근황이 전해질 때마다 전 세계 영화팬들이 함께 가슴을 아파하고 있죠.

타인의 아픔을 치료해 주던 식스 센스속 따뜻한 의사 말콤처럼, 이제는 그가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평안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빛나는 스릴러 속에서, 그가 보여준 가장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눈빛은 영원히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을 테니까요.

전 세계를 뒤흔든 '식스 센스 신드롬'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이었습니다. 1999년 개봉 당시, 쟁쟁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무려 6억 7천만 달러가 넘는 초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제작비가 약 4천만 달러 수준이었으니, 엄청난 흥행 기적이었죠.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공포·스릴러라는 장르적 한계를 깨부수고 영화사에 당당히 마스터피스로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보면 보이는 것들, 상실과 치유의 드라마

식스 센스의 진짜 묘미는 결말을 알고 '두 번째' 볼 때 시작됩니다.

처음 볼 때는 유령이 튀어나오는 공포와 마지막 반전에 집중하게 되지만, 비밀을 알고 다시 스크린을 마주하면 샤말란 감독이 영화 곳곳에 숨겨둔 힌트(붉은색의 활용, 말콤이 주변 사물과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모습 등)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무서운 유령 이야기가 아니라 실은 '소통하지 못해 외로운 이들의 치유 드라마'라는 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죽은 자를 보며 고립되었던 소년과, 소년의 마음을 열어주며 비로소 자신의 해답을 찾은 의사.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과정은 몇 번을 다시 봐도 가슴 아련한 감동을 줍니다.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본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혹시 주말에 볼만 한, 깊이 있는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망설임 없이 권해드립니다. 반전 그 이상의 먹먹한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무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