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투표권 행진을 다룬 작품 Selma(2014) - Montgomery - 1

몽고메리는 참 특별한 곳 같아요.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물줄기를 바꾼 사건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진짜 무대거든요. 그리고 이 묵직한 사실을 세상에 다시 한번 알리는 데 영화의 힘이 정말 컸다고 생각해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2014년에 개봉했던 영화 <셀마>여요. 에바 듀버네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오프라 윈프리랑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해서 화제였죠.

1965년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이어진 그 뜨거웠던 투표권 행진을 다룬 영화인데, 화면 속에 나오는 '에드먼드 페터스 브리지'와 '앨라배마 주 의사당'이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 그 장소여요.

가짜로 만든 세트가 아니라 진짜 역사의 현장에서 촬영했다는 점이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감을 엄청나게 높여줬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 참 인상 깊었던 건 몽고메리가 꼭 '시간이 멈춰선 도시'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었어요. 다운타운에 가보면 1960년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래된 건물들이 참 많거든요. 덕분에 억지스러운 컴퓨터 그래픽(CG) 없이도 그 시절의 서늘하고 뜨거운 공기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고, 관객들도 스크린을 보면서 마치 그 시절 역사 속으로 쑥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가 남긴 영향은 단순히 흥행 성공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감동을 잊지 못하고 실제 촬영지를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민권운동 관련 투어가 정말 눈에 띄게 늘었거든요. 앨라배마 관광청 관계자들이 "이 영화는 가장 훌륭한 역사 수업이자, 최고의 홍보물"이라고 입을 모은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도시의 격을 완전히 새로 만든 셈이어요.

셀마 투표권 행진을 다룬 작품 Selma(2014) - Montgomery - 2

그리고 2019년에 개봉한 <저스트 머시> 역시 몽고메리의 이미지를 또 한 번 깊이 있게 다져주었다고 생각해요.

마이클 B. 조던이랑 제이미 폭스가 열연한 작품인데, 인권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과 사법 정의 재단(EJI)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과거의 흘러간 역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법 정의와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실제로 EJI 레거시 뮤지엄과 평화와 정의를 위한 국립 기념관을 찾는 발길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전에는 역사에 유독 관심 있는 분들만 조용히 찾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미국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느낌이어요. 영화가 주는 감동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려는 분들이 많아진 거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건 뻔한 광고보다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도시의 정체성을 완전히 새로 쓰고,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며 지역 경제까지 살리는 선순환을 만드니까요. 뉴질랜드가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듯이, 몽고메리는 <셀마>와 <저스트 머시>를 통해 미국 인권 역사의 가장 중심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앨라배마 영화위원회의 든든한 촬영 지원 정책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어요.

제작사들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인센티브를 챙겨주면서 영화 산업과 지역 관광이 같이 성장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왕과사는남자 흥행이후 강원도 영월여행이 대박났다고 하더라구요. 미국도 마찬가지인듯 해요.

실제로 몽고메리 거리를 걷다 보면 스크린 속 장면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와요. 웅장한 의사당 계단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셀마 행진의 뜨거웠던 마지막 장면이 가슴 벅차게 겹쳐 보이고, EJI 기념관을 조용히 둘러볼 때는 <저스트 머시>가 남긴 깊은 여운이 다시금 살아나는 기분이어요.

그래서 몽고메리는 영화를 통해 오늘도 끊임없이 살아있는 역사를 속삭이는 참 특별하고 가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