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명 사망했다는 1971년 규모 6.6 LA 밸리지역 지진  - San Fernando - 1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국에서 20년째 살고 있는데 밸리로 이사 오기 전까지 1971년 샌퍼낸도 지진이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LA "큰 지진이 났던 곳"하면 여기 노스리지 지진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역 역사를 찾아보다가 "아니,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971년 2월 9일 오전 6시 1분.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에서 막 깨어나거나 출근 준비를 하던 시간에 규모 6.6의 강진이 샌퍼낸도 밸리를 덮쳤습니다. 진앙은 실마(Sylmar) 북쪽이었고, 진원 깊이도 약 7마일로 얕아서 흔들림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당시 65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피해 규모가 32억 달러를 넘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큰 재난이었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자료를 더 찾아보다가 저는 진짜 식은땀이 났습니다. 가장 무서웠던 건 건물이 무너진 것보다 밴 노르만 댐(Van Norman Dam) 이야기였습니다. 지진으로 댐 상부 약 30피트가 무너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한순간에 쏟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UCLA가 나중에 분석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니까, 만약 댐이 완전히 붕괴했다면 7만 명에서 12만 명​까지 희생될 수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목을 읽는데 괜히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와... 진짜 조금만 더 상황이 나빴으면 지금 LA 역사가 통째로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다행히 댐은 끝까지 버텼고, 대피했던 약 8만 명의 주민들도 결국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던 셈입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지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단층선 근처에 함부로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알퀴스트-프리올로 법(Alquist-Priolo Act)​이 만들어졌고, 강진 관측 시스템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지금 캘리포니아 건물들의 내진 설계가 엄격한 이유도 바로 이런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정도면 다시는 큰 지진이 없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1994년에 또 한 번 규모 6.7의 노스리지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프리웨이가 사방에서 무너지고 수많은 주택이 파손됐으며 경제적 피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지진 피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그때 사진을 보면 "이게 정말 미국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10번 프리웨이가 끊어져서 복구하는데 오래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가끔 뉴스에서 전문가들이 '빅 원(Big One)' 이야기를 하면 괜히 긴장이 됩니다.

언제 올지, 정말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 내일일 수도 없고 수십 년 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사는 이상 가능성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수도관 파열 뉴스도 혹시 땅이 움직여서 그런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래서 저도 예전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어?" 했는데, 지금은 생수와 손전등, 보조배터리 같은 비상용품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장이나 TV 같은 큰 가구도 고정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진보험도 한 번쯤은 꼭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괜히 겁주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샌퍼낸도 밸리에서 살아간다는 건 햇살 좋은 캘리포니아의 장점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도 함께하는 삶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팔로스 버디하고 말리부 해안지역 지질 움직임 뉴스는 계속 나오고 있으니까요.

미리 준비하면 불안은 줄어듭니다. 저는 그게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공통으로 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