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Permanente 샌디에이고 시스템의 장단점 - San Diego - 1

미국에서 직장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매년 한 번씩 머리 아픈 시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회사 건강보험을 선택하는 오픈 등록(Open Enrollment) 시즌이죠. 보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중에서도 꼭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Kaiser Permanente입니다.

처음 미국에 오신 분들은 "카이저가 보험회사야? 병원이야?" 하고 헷갈려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둘 다 맞습니다. 일반적인 미국 의료 시스템은 보험회사는 따로 있고, 병원도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은 A회사를 쓰는데 병원은 B병원, 전문의는 C병원으로 다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Kaiser는 조금 다릅니다. 보험회사와 병원이 한 회사 안에서 함께 운영되는 시스템입니다. 쉽게 말하면 보험도 카이저, 병원도 카이저, 의사도 카이저인 셈입니다. 덕분에 진료 기록이나 검사 결과가 모두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내과에서 검사받고 다음 주 전문의를 만나도 의사가 이미 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일이 적습니다.

샌디에이고에도 Kaiser Permanente는 상당히 큰 규모로 운영됩니다. 메인 병원은 Zion Avenue에 위치한 Kaiser Permanente San Diego Medical Center이며, 이 외에도 여러 지역에 외래 진료 클리닉이 있어 생각보다 이용하기 편리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Kaiser의 가장 큰 장점은 예방의학입니다. 미국은 병이 생긴 뒤 치료도 중요하지만 병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기 건강검진, 예방접종, 혈압이나 당뇨 관리 같은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은 앱이나 전화로 상담받고 약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 경우도 많아서 병원까지 운전해서 갈 일이 줄어듭니다.

또 하나 정말 편한 것이 스마트폰 앱입니다. 예약 변경은 물론 검사 결과 확인, 처방약 재신청, 담당 의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까지 대부분 해결됩니다. 영어가 부담되는 한인들을 위해 한국어 통역 서비스도 제공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용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자유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UCSD 병원 의사가 정말 유명하다"거나 "Scripps에서 수술받았다"라고 해도 Kaiser 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원칙적으로는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Kaiser 소속 병원과 의사만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전문의를 바로 만날 수도 없습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바로 정형외과를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주치의를 만나고,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문의 진료를 연결해 주는 레퍼럴 절차를 거칩니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검사나 중복 진료를 줄여 의료비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국 Kaiser는 이런 분들에게 잘 맞습니다. "병원은 한곳만 이용해도 괜찮으니 관리가 편했으면 좋겠다", "예방검진과 정기적인 건강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병원비 예측이 쉬웠으면 좋겠다"는 분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반대로 "유명한 전문의를 직접 선택하고 싶다", "병원 선택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이라면 다른 PPO 보험이 더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건강보험은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내 생활방식과 얼마나 잘 맞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직장 복리후생 시즌이 다가온다면 보험료만 보지 말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인지부터 한 번 생각해 보시면 훨씬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