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D 살면서 골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토리 파인스(Torrey Pines) 한번 가봐야지."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여러 골프장을 다녀봤지만, 토리 파인스는 정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골프 치러 간다"기보다는 "골프 성지 순례 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샌디에이고 북쪽 라호야(La Jolla) 해안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이 골프장은 태평양을 내려다보며 티샷을 날릴 수 있는 미국 최고의 퍼블릭 코스 가운데 하나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명문 코스가 회원제(private)가 아니라 누구나 예약만 하면 플레이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라는 점입니다.
토리 파인스는 사우스 코스(South Course)와 노스 코스(North Course), 두 개의 18홀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둘 다 바다 전망이 끝내주지만 골퍼들은 대부분 사우스 코스를 더 꿈의 코스로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2008년과 2021년 US 오픈이 바로 여기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2008년 US 오픈은 아직도 골프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명승부입니다. 타이거 우즈가 무릎 부상을 안고도 로코 메디에이트와 19홀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했죠. TV로 보면서 "사람이 저렇게까지 골프를 칠 수 있나?"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21년에는 존 람(Jon Rahm)이 마지막 두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차지했고요. PGA 투어의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Farmers Insurance Open)도 매년 이곳에서 열립니다.

가격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비싸면서도 또 생각보다 합리적입니다.
샌디에이고 시 거주자는 할인 혜택이 커서 평일 기준 약 70~100달러대에도 이용할 수 있지만, 비거주자는 훨씬 비쌉니다.
시즌과 시간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노스 코스는 약 150~220달러, 사우스 코스는 약 250~320달러 정도를 생각하면 됩니다.
카트는 별도 요금이며, 클럽 대여도 가능합니다. 유명 코스라는 걸 감안하면 "한 번쯤은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예약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특히 주말 오전 티타임은 순식간에 마감됩니다.
로컬 지인과 즐길 여행 일정이 정해졌다면 최소 몇 주 전에는 로컬 지인을 통해 예약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막상 가보면 점수는 둘째 문제입니다. 바다를 향해 티샷을 날리는 순간, "아, 내가 토리 파인스에서 치고 있구나." 하는 감동이 먼저 와요.
사진도 정말 잘 나오고, 라운드 내내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태평양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골프를 안 치는 가족과 함께 가도 좋습니다. 바로 옆 토리 파인스 주립 자연보호구역(Torrey Pines State Natural Reserve)에서는 절벽 하이킹을 즐길 수 있고, 토리 파인스 글라이더포트(Torrey Pines Gliderport)에서는 패러글라이더가 바다 위를 나는 장관도 볼 수 있습니다. 골프 끝나고 라호야에서 해산물이나 스테이크 한 끼 먹으면 그날 코스는 정말 완벽합니다.
솔직히 골프 좋아하는 한인이라면 토리 파인스는 버킷리스트에 넣어둘 만한 곳입니다.
80대를 치든 100타를 치든 상관없어요. 미국 골프 역사에 남은 그 코스를 직접 걸어보고, 타이거 우즈가 걸었던 페어웨이를 따라 라운드했다는 추억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골프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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