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verside 몇 년 살아보니, 이런 사람은 좋고 이런 사람은 답답하다
Riverside에서 몇 년을 살아보니까 이제는 이 동네가 어떤 사람에게 잘 맞고, 어떤 사람은 몇 달 만에 짐 싸고 싶어질지 대충 보입니다.
도시라는 게 무조건 좋고 나쁜 게 아니더라고요. 내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단 A 타입입니다. 집에 들어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가족입니다. LA나 Orange County에서 집 알아보다가 Riverside까지 넘어오는 사람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같은 돈을 가지고 비교하면 집 크기부터 달라집니다. LA에서는 작은 콘도나 오래된 집을 볼 돈으로 여기서는 방 하나라도 더 있는 집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 둘 있고 차 두 대 있는 집이라면 이런 공간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아이 교육 때문에 오는 집도 있습니다. UC Riverside가 바로 있으니까요. 물론 Riverside에 산다고 UCR에 그냥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집 가까이에 UC 캠퍼스가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UCR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농업, 생명과학, 환경 관련 연구로 알려진 대학이고, LA나 Berkeley 주변에서 학교 다니는 것과 비교하면 주거비 부담을 낮출 여지가 있습니다.
자연 좋아하는 사람도 A 타입입니다. Mount Rubidoux는 동네 산책하듯 하이킹하기 좋고 Box Springs Mountain도 가깝습니다. 조금 더 움직이면 San Bernardino 산악지역까지 갈 수 있으니 캠핑이나 하이킹 좋아하는 집은 주말마다 갈 데가 있습니다. 골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남가주답게 선택지가 꽤 있고요.
은퇴한 분들에게도 조건에 따라 괜찮습니다. 겨울이 춥지 않고 LA 중심부보다 집값 부담을 낮출 수 있으니까요. 병원이나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도 갖춰져 있습니다. 화려하게 돌아다니기보다 집에서 편하게 지내고 가끔 외식하고 산책하는 생활을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B 타입도 분명합니다. 우선 자동차 운전하기 싫은 사람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대중교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라 장 보고 병원 가고 외식하려면 결국 차가 편합니다. 서울이나 뉴욕처럼 집에서 나와 걸어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생활을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또 LA 생활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도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밤늦게까지 식당 다니고 공연 보고 새로운 가게 찾아다니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Riverside가 심심할 수 있습니다. 한인 생활권도 LA처럼 모든 것이 코앞에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조용해서 좋다고 하다가 몇 달 지나면 "도대체 갈 데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여름입니다. 덥습니다. 그냥 조금 더운 게 아니라 한여름에는 화씨 100도를 넘어가는 날이 생깁니다. 오후에 밖에 나가면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확 들어오는 날도 있습니다. 더위에 약한 분은 여름 전기요금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에어컨 없이 버티겠다는 생각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Riverside가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실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LA 주소가 주는 화려함보다 넓은 집이 좋고, 비싼 외식보다 돈을 좀 더 저축하고 싶고, 주말에는 쇼핑몰보다 산에 가는 게 좋다면 상당히 괜찮습니다.
반대로 자동차 없이 걸어 다니고 싶고, 매일 새로운 식당과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고, 여름 더위까지 싫다면 굳이 Riverside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Riverside는 화려해서 좋아지는 도시라기보다 살다 보니 생활하기 편해서 정이 드는 도시, 딱 그 정도로 생각하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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