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퍼드가 '세계 보험 수도'라는 별명을 가진 것처럼 코네티컷은 보험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의료보험 시스템도 뭔가 더 잘 돌아갈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하지만 막상 응급실에 한 번만 발을 들여보면, 그 착각은 바로 깨지죠. 보험을 가지고 있든 없든, '응급실 치료비 폭탄'은 누구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코네티컷 주에서 응급실에 들어가 CT 촬영 한 번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별거 아닌 두통 검사로 찍은 CT라도, 청구서에 적힌 숫자를 보면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합니다. 평균 3,000~5,000달러. 이게 보험 전 금액입니다. 보험이 있으면 다행히 줄어들긴 하지만, 코페이(copay)와 디덕터블(deductible·자기부담금)이란 장벽이 앞을 가로막죠. 예를 들어 자기부담금이 연 2,000달러라면, 그 CT 한 장 찍고 그 금액을 거의 다 채우는 셈입니다.

웃긴 건, 코네티컷이 비싸다고 투덜대다가도 뉴욕이나 뉴저지 응급실 비용을 보면 "아, 그래도 내가 코네티컷에 살아서 다행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뉴욕시 응급실에서 CT 촬영을 받으면 보통 5,000~8,000달러는 기본으로 청구됩니다. 맨해튼 한복판 대형 병원에서는 '만 달러짜리 CT'라는 농담까지 돌 정도니까요. 뉴저지 역시 비슷한 수준입니다. 큰 대학병원일수록 비용은 더 올라갑니다. 심지어 응급실 들어가서 대기만 해도 '응급실 사용료'라며 수백 달러가 기본 요금처럼 붙습니다.

물론 보험이 있으면 이 모든 금액이 조금은 누그러지지만, 문제는 그 '조금'이란 게 우리 상상보다 훨씬 적다는 겁니다. 디덕터블을 다 채우기 전까지는 고스란히 본인 부담이고, 그걸 채운다 해도 코페이나 코인슈어런스(비율 부담)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 가입자들도 결국 "보험 있는데도 병원비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와?"라는 탄식을 똑같이 내뱉습니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깁니다. "그럼 보험이 있어도 응급실 가면 결국 큰돈 나가는 거 아냐?" 맞습니다.

미국 의료보험은 일종의 '할인 쿠폰'에 가깝습니다. 가격표에 찍힌 숫자를 그대로 내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보호막일 뿐, 아예 면제해 주는 마법 지팡이는 아니죠. 보험이 없으면 CT 한 장에 8,000달러, 보험이 있으면 본인 부담금 1,000~2,000달러. 이렇게 비교하면 보험이 '상대적 구원'은 되지만, 결코 '절대적 구원'은 아닙니다.

게다가 코네티컷 같은 주는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보험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월 보험료가 600~800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렇게 매달 돈을 꼬박꼬박 내고도, 정작 응급실에서는 청구서를 받아 들고 한숨을 쉬게 되니 이게 과연 제도가 잘 굴러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죠.

정리하자면, 코네티컷이든 뉴욕이든 뉴저지든, 응급실과 CT 촬영은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보험은 그저 '파산 직전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즉, 보험이 있어도 응급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보험이 없다면 그날 찍은 CT 한 장 때문에 진짜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결국 미국에서의 진짜 자유는 보험에서 오는 게 아니라, 건강을 지켜 응급실을 최대한 안 가는 데서 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웃픈 이야기지만, 이게 미국식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