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고르기 전에, 오늘을 사랑하는 법 – 'Eternity' - Las Vegas - 1

애플TV에서 Eternity 를 봤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인데, 엘리자베스 올슨, 마일스 텔러, 칼럼 터너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설정부터 흥미롭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정션(The Junction)'이라는 환승역 같은 공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일주일 안에 영원을 보낼 세계를 고르고, 함께할 파트너도 딱 한 명만 정해야 합니다. 한번 정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주인공 조앤은 이곳에서 두 남자를 만납니다.

65년을 함께 살며 아이를 키우고 늙어간 남편 래리, 그리고 신혼 초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뒤 수십 년 동안 정션에서 그녀만 기다려 온 첫사랑 루크입니다.

사후세계에서는 모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 있어서,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부터 묘하게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처음엔 저도 흔한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이승의 사랑과 저승의 사랑은 따로 있는 걸까. 평생 곁을 지킨 사람과 끝내 다 살아보지 못한 사랑 중 어느 쪽이 진짜일까.

그런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니 질문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래리는 완벽한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투덜대고 서툰 사람이죠

65년이라는 시간 속에는 사랑만 있었던 게 아니라 싸움과 서운함, 말하지 못한 마음도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전쟁 6.25에 참전해 군인으로 사망한 ㅠㅠ 루크는 시간이 멈춘 사람입니다.

함께 늙어볼 기회조차 없었으니 다툴 일도 실망할 일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루크와의 사랑이 아름다운 건 끝까지 가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저승에서 누구를 고를지보다, 이승에서 사랑을 제대로 하는 게 훨씬 어렵구나.

조앤이 그토록 망설이는 이유도 결국 살아 있을 때 다 표현하지 못하고, 다 확인하지 못한 마음들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정션에서의 일주일 동안 두 남자가 조앤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살아 있을 때 저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 장면들이 웃기면서도 이상하게 아팠습니다.

사실 우리도 비슷하죠. 매일 보는 사람에게는 고맙다는 말이 제일 어렵고, 오래 함께한 사이일수록 마음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영원을 약속하는 일보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일이 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음에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미뤄둔 말들이 쌓이면, 어느새 그 말을 건넬 기회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영화 속 정션이 일주일이라는 시한을 주는 것도 어쩌면 그래서일지 모릅니다.

영화는 가볍고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사후세계 관료 시스템을 비꼬는 유머도 많고, 세 배우의 호흡도 좋습니다.

특히 마일스 텔러가 연기한 래리는 밉다가도 짠해서 자꾸 편을 들게 됩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즈음엔 웃음보다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나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고 있을까.

조앤이 누구를 선택하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영원을 고민하기 전에, 오늘 옆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한마디 건네고 싶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