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면 이 영화가 왜 하필 아이오와여야 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오와는 미국 중서부 한가운데 자리한 농사로 유명한 미국의 곡창지대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옥수수밭이 지평선 가까이까지 이어진다.
영화의 무대인 매디슨 카운티의 윈터셋 역시 그런 작은 도시다.
주도 디모인 남서쪽인 이곳에는 농장 사이를 연결하는 시골길이 있고, 무엇보다 매디슨 카운티를 유명하게 만든 목조 지붕다리들이 남아 있다.
한낮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들판이 펼쳐지고, 저녁이면 집 주변으로 긴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차 한 대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진다. 프란체스카가 살아가는 하루 역시 그 풍경과 닮았다.
아침이 오면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하고, 농장 일을 거들고, 저녁이면 다시 가족이 식탁에 모인다.
어제와 오늘이 비슷하고 내일 역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생활이다.
그곳으로 로버트 킨케이드가 들어온다.
그는 매디슨 카운티의 지붕다리를 촬영하러 온 사진작가다.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살아온 남자와 아이오와 농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여자가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성격보다 그들이 살아온 '공간'에서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로버트에게 길은 떠나는 곳이다. 프란체스카에게 길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곳이다.
그래서 영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아이오와의 시골길이 인상적이다.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프란체스카에게 그 길은 이상할 만큼 멀다.
떠날 수 있지만 떠나기 어려운 길이다. 로즈먼 브리지 역시 그런 의미에서 절묘한 장소다.
다리는 원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영화 속 프란체스카에게는 인생의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시간이 겨우 나흘 동안 주어진다.
다리 건너에는 로버트가 있고, 여행과 자유가 있고, 지금까지 살아보지 않았던 인생이 있다.
다리 이쪽에는 남편과 아이들, 농장과 식탁,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자신이 살아온 생활이 있다.
아이오와의 넓은 풍경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답답하다.
눈앞에는 끝없는 들판이 펼쳐져 있는데 프란체스카가 움직일 수 있는 세계는 너무나 좁다.
대도시에서는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는 누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가 기억된다.
영화 속에서 불륜 때문에 공동체에서 따돌림당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것도 프란체스카의 선택이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비 내리는 윈터셋의 거리.
나는 이 장면에서 아이오와라는 배경이 가장 강렬해진다고 생각한다.
프란체스카는 남편의 트럭에 앉아 있고 바로 앞에는 로버트의 차가 있다. 자동차 문 하나만 열면 된다. 몇 걸음만 뛰어가면 된다.
그런데 그 몇 걸음이 아이오와의 끝없는 옥수수밭보다 멀게 느껴진다.
로버트의 차가 떠나고 프란체스카는 남는다.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고, 다시 가족의 식탁으로 돌아가고, 다시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그래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화려한 장면보다 들판과 농가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아이오와의 여름날, 한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거대한 사건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사람은 사라졌지만 농장 사이의 길과 오래된 다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와 아이오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오와의 풍경은 사람에게 떠나라고 말하지도 않고 남으라고 붙잡지도 않는다.
그저 끝없이 펼쳐진 길을 보여준다.
갈 것인지, 남을 것인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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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beforestwalker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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