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오신 손님을 모시고 인터스테이트를 몇 시간 달린 적이 있어요.
Rest Area간판이 보이니까 한국에서 오신 손님이 "여기서 요기나 하고가요" 했는데 ㅋㅋ 화장실과 자판기뿐이었죠.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떠올리면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호두과자, 핫바, 국밥까지 휴게소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코스잖아요.
미국 Rest Area 에 식당이 없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연방법이 막고 있었어요.
핵심 조항은 연방법전 23편 111조(23 U.S.C. 111)예요.
인터스테이트 도로 부지 안에서는 상업 시설을 허가하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 있어요.
쉽게 말해 연방 예산을 받아 지은 인터스테이트 휴게소 안에서는 주유소도, 식당도, 기념품 가게도 열 수 없다는 뜻이에요.
연방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붙은 규정이라 주 정부가 마음대로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그럼 휴게소는 원래 뭘 하라고 만든 곳일까요?
공식적인 목적은 안전과 편의예요. 졸린 운전자가 잠깐 쉬고, 화장실에 들르고, 다시 정신 차려서 출발하라는 공간인 거죠.
일하면서 졸음운전 사고 얘기를 종종 듣는 입장이라, 이 취지만큼은 솔직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그런데 예외가 있어요. 1960년 1월 1일 이전부터 있던 주 정부 소유 시설은 계속 운영할 수 있게 해둔 거예요.
그래서 동부 쪽 유료도로를 달리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요.
1940년에 개통한 펜실베이니아 턴파이크처럼 인터스테이트보다 먼저 생긴 유료도로에는 패스트푸드점과 주유소가 들어선 서비스 플라자가 있어요.
같은 미국인데 어떤 길은 한국 휴게소 비슷하고, 어떤 길은 자판기만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날짜 하나 때문이었던 거죠.
자판기는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1982년 Surface Transportation Assistance Act로 인터스테이트 휴게소에 자판기를 둘 수 있게 규정이 바뀌었어요.
여기서 제가 제일 놀란 부분이 나와요. 법은 자판기를 허가할 때 Randolph-Sheppard Act에 따라 주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자판기에 우선권을 주라고 정해두었어요.
Randolph-Sheppard Act는 1936년에 만들어진 법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연방 시설 안의 영업 기회를 우선 주는 제도예요. 그
러니까 휴게소 자판기 상당수가 시각장애인 사업자들의 생계와 연결돼 있는 거예요.
전미시각장애인연맹 쪽은 2016년 의견서에서 주 정부 기관이 1,098곳의 인터스테이트 휴게소에서 자판기를 운영한다고 밝혔어요.
휴게소에 식당이 들어오면 이분들의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반대 측 주장입니다.
반대하는 쪽은 또 있어요. 인터체인지 바로 앞에 트럭스톱과 주유소를 차린 업체들이에요.
NATSO 같은 업계 단체는 휴게소 상업화에 꾸준히 반대해 왔어요.
반대로 풀자는 쪽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요. 장거리 트럭 운전자 단체인 OOIDA는 오래전부터 휴게소 상업화를 지지해 왔어요.
Reason 재단 같은 곳은 주 정부가 휴게소 유지비에 허덕이는데, 민간에 맡기면 서비스도 좋아지고 수입도 생긴다고 주장해요.
실제로 예산 문제로 휴게소를 닫는 주들도 있었어요.
법에도 작은 숨구멍은 있어요. 여행 정보나 광고 디스플레이 같은 제한된 활동은 허용되고, 거기서 나온 수입은 휴게소 운영비에 쓰도록 돼 있어요.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미국은 원래 그래"가 아니에요. 안전, 장애인 고용, 지역 상권, 주 예산이 한데 얽힌 문제인 거죠.
조지아 I-75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휴게소에 차는 꽉 차 있는데 먹을 건 자판기 과자 정도라, 결국 다들 다음 출구로 빠지죠.
참고로 조지아 교통국(GDOT) 사이트에는 임시 폐쇄된 휴게소 목록이 따로 올라와요.
장거리 운전 전에 511ga.org에서 한 번 확인하고 출발하시는 게 좋아요.
다음에 휴게소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뽑으실 때, 그 뒤에 이런 사연이 있다는 걸 한 번쯤 떠올려 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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