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바꿔 놓은 올버니의 도시 이미지 이야기 - Albany - 1

뉴욕주 올버니(Albany)에 살면서 영화 아이언위드(Ironweed, 1987)를 이제야 제대로 봤습니다.

벌써 40년전 영화라는 무지 오래된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며칠 동안 마음 한구석이 무겁더군요.

영화 속 배경이 바로 제가 살고 있는 올버니라는 사실도 묘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거리와 오래된 건물들이 영화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거든요.

1987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헥터 바벤코 감독이 연출했고, 잭 니컬슨과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올버니 출신 작가 윌리엄 케네디의 퓰리처상 수상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배경은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8년의 올버니입니다.

주인공 프랜시스 펠런은 한때 야구선수였지만 지금은 집도 없이 거리를 떠도는 남자입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실수로 어린 아들을 잃은 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을 떠났습니다.

그는 술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과거의 기억은 좀처럼 그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헬렌 역시 한때는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술과 가난, 병든 몸에 지쳐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구해줄 능력도 없으면서 이상하게 서로를 떠나지 못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 바로 그 관계였습니다.

젊었을 때라면 왜 저렇게 사느냐고 쉽게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술을 끊고, 일을 찾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마흔을 넘기고 보니 사람 인생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괴로워하고, 또 누군가는 기회를 여러 번 놓치다가 어느 순간 돌아갈 곳조차 없어지기도 하니까요.

잭 니컬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 그의 영화에서 보던 거칠고 자신만만한 모습과 달리, 여기서는 어깨가 축 처진 채 과거의 기억에 붙잡혀 살아가는 남자를 보여줍니다.

영화가 바꿔 놓은 올버니의 도시 이미지 이야기 - Albany - 2

특히 가족과 다시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이 느껴졌습니다.

헬렌은 초라하고 지친 여자이지만, 가끔 노래를 부르거나 지나간 시절을 떠올릴 때면 한때 꿈을 가졌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사람도 처음부터 저렇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니겠지 싶어집니다.

영화 속 올버니는 춥고 음울합니다. 낡은 건물과 허름한 숙소,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지금의 올버니와는 분명 다른 시대지만, 오래된 도시 특유의 분위기는 어딘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아이언위드라는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거친 환경에서도 자라는 식물의 이름인데, 영화 속 인물들과 묘하게 닮았습니다.

솔직히 재미있고 편안한 영화는 아닙니다. 웃을 일도 별로 없고,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됩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프랜시스가 조금만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버니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도시를 바라보는 눈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거리에도 누군가의 후회와 상처, 그리고 잊힌 이야기가 쌓여 있겠지요.

영화 아이언위드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이 얼마나 약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도 여전히 인간다운 마음과 존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세상에는 잘못 살아온 사람도 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길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