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집에 2,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의 마지막 모험 - New York - 1

벌써 34년전인 (세월이 무상하네요 ㅠㅠ) 1992년 개봉 영화 Home Alone 2: Lost in New York을 다시 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뭔가 2006년인 현재 다시 볼 수 없는 사라져버린 세상을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아시다시피 케빈이 공항에 갔다가 아버지와 비슷한 코트를 입은 남자를 따라가는 바람에 엉뚱한 비행기를 탑니다.

가족은 플로리다로 가는데 혼자 뉴욕에 떨어져 버립니다. 지금 생각하면 시작부터 말이 안 됩니다.

요즘 같으면 스마트폰을 꺼내 가족에게 전화하면 됩니다. 부모가 항공사 앱을 열어 전화나 문자 보내면 이 영화 이야기는 사실상 10분 만에 끝납니다.

그런데 1992년에는 스마트폰 보딩패스 시스템도 없었고 구글맵도, 항공사 앱도 없었습니다. 인터넷조차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낯선 도시에 떨어지면 정말 혼자가 될 수 있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케빈이 뉴욕에 도착해 노란 택시를 타고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지금과 느낌이 다릅니다.

센트럴 파크와 록펠러 센터, 장난감 가게, 크리스마스 시즌 쇼윈도, 그리고 더 플라자 호텔까지 정말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보입니다.

특히 케빈이 아버지 가방에 있던 신용카드를 들고 플라자 호텔에 들어가 혼자 방을 잡는 장면은 지금 보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열 살짜리 아이가 호텔 직원들 앞에서 어른 흉내를 내며 최고급 호텔에 체크인합니다. 지금이라면 신분증부터 시작해서 카드 본인 확인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닐 겁니다. 당시 플라자 호텔 소유주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복도에서 잠깐 등장하는 카메오 장면도 이제는 영화사에 남을 타임캡슐 같은 장면이 됐습니다.

흥행도 엄청났습니다. 약 2,8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어 전 세계에서 약 3억 5,9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하지만 숫자보다 대단한 것은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이 영화를 크리스마스마다 다시 본다는 사실입니다.

나 홀로 집에 2,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의 마지막 모험 - New York - 2

제 생각에는 아마 이런 영화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겁니다. 단순히 맥컬리 컬킨 같은 아역 배우를 다시 찾기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세상이 너무 연결됐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누군가를 놓치면 정말 놓치는 것이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친구가 안 나타나면 그냥 기다렸고, 길을 잃으면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다른 도시에 떨어지면 버튼 하나 눌러 얼굴을 보며 통화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 불편함이 영화에서는 모험이 됐습니다.

지금은 GPS가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스마트폰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앱이 호텔과 비행기와 택시를 모두 연결해 줍니다.

세상은 훨씬 편리하고 안전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케빈처럼 완전히 혼자가 되어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는 만들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나 홀로 집에 2를 다시 보면 단순히 옛날 영화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다.

눈 내리는 뉴욕도 그립고, 록펠러 센터의 거대한 트리도 아름답지만, 사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연락 안 되고 길을 잃어도 세상이 끝나지 않았던 시절. 어린아이가 뉴욕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황당한 이야기를 관객들이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시절 말입니다.

마지막에 케빈이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엄마를 다시 만나는 장면이 지금 봐도 따뜻한 이유도 그래서인지 모릅니다.

GPS가 찾아준 것도 아니고 위치 공유로 만난 것도 아닙니다. 그 넓은 뉴욕에서 서로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같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만납니다.

1992년의 뉴욕과 그 시대의 불편함까지 함께 필름 속에 얼려놓은 영화.

그래서 나 홀로 집에 2는 앞으로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똑같은 감정을 다시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영화가 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