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운전 블랙아이스, 다리 위와 그늘길부터 조심해요 - Salt Lake City - 1

첫눈 오는 날 아침엔 창밖 와사치 능선이 하얗게 덮여 있는 걸 보면 기분이 확 좋아지잖아요. 그런데 그 설렘이 차 키를 잡는 순간 살짝 긴장으로 바뀝니다.

눈이 쌓인 길은 오히려 눈에 보이니까 조심하게 되는데요. 진짜 무서운 건 멀쩡해 보이는 길 위에 얇게 깔린 얼음, 바로 블랙아이스예요.

블랙아이스는 이름과 달리 검은 얼음이 아니에요. 아주 얇고 투명해서 밑에 있는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보이니까 그냥 젖은 도로처럼 느껴지는 거죠.

보통 낮에 녹은 눈이나 비로 젖은 노면이 밤사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그대로 얼어붙을 때 잘 생겨요. 눈이 오지 않는 날에도 생길 수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첫눈 시즌이 되면 운전 전에 머릿속으로 미끄러운 지점을 한 번씩 짚어봐요. 어디서 생기는지만 알아도 반은 먹고 들어가거든요.

첫 번째는 다리와 고가도로예요. 유타 고속도로순찰대와 교통국도 겨울마다 다리가 먼저 언다고 반복해서 경고합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일반 도로는 밑에 땅이 있어서 열을 조금 붙잡아 주는데, 다리는 위아래로 찬 공기가 지나가니까 훨씬 빨리 식어버리거든요.

그러니까 다리 진입 전 도로가 멀쩡하다고 다리 위도 멀쩡할 거라고 믿으면 안 돼요. 고속도로 진출입 램프도 같은 구조라 똑같이 조심해야 하고요.

지역 방송 KUTV 보도를 보니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유타의 다리와 고가도로에서만 1,600건이 넘는 사고가 났다고 해요. 부상자도 수백 명, 사망자도 여러 명이었다고 하니 숫자 보고 좀 놀랐습니다.

다만 이 숫자가 전부 블랙아이스 때문이라는 건 아니에요. 같은 보도에서 순찰대는 상당수가 과속과 관련 있다고 짚었습니다.

두 번째는 그늘진 구간이에요. 산 그림자가 오래 드리우는 커브길, 건물이나 방음벽 옆, 나무가 빽빽한 길은 해가 떠도 얼음이 쉽게 안 녹아요.

캐년 도로가 특히 그래요. 스키 시즌에 리조트 올라가는 길은 해가 잘 안 드는 구간이 이어져서 오후가 돼도 노면이 반질반질한 경우가 있거든요.

세 번째는 차가 덜 다니는 곳이에요. 차가 많이 지나가면 타이어가 얼음을 깨고 열도 조금 만드는데, 한적한 동네 길이나 주차장 입구는 그게 없어서 얼음이 오래 남아요.

시간대도 중요해요. 블랙아이스는 밤과 이른 아침에 가장 잘 생긴다고 공공안전국도 안내하고 있어요.

그리고 의외로 위험한 게 눈 그친 다음 날이에요. 순찰대가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방심하지 말라고 따로 경고한 적이 있을 정도예요.

하늘은 맑고 도로도 말라 보이니까 다들 속도를 다시 올리는데, 밤새 다시 얼어붙은 구간이 군데군데 숨어 있는 거죠.

그럼 막상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순찰대 안내는 일단 가속 페달에서 바로 발을 떼라는 거예요.

급브레이크를 꽉 밟거나 핸들을 확 꺾는 게 제일 위험해요. 차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핸들을 맞춰주라는 게 교통국과 순찰대의 공통 조언입니다.

블랙아이스는 대개 길게 이어지기보다 군데군데 생기는 편이에요. 침착하게 버티면 금방 다시 접지력이 돌아오는 구간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제일 좋은 건 미끄러질 일을 안 만드는 거죠. 다리나 그늘 구간이 보이면 진입하기 전에 미리 속도를 줄이고, 앞차와 거리를 평소보다 넉넉히 두는 게 기본이에요.

사륜구동이나 AWD 차라고 너무 믿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출발할 때는 덜 헛돌지만, 얼음 위에서 멈추고 방향을 트는 건 다른 차랑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교통국 구호가 "Ice and snow, take it slow"인데요. 처음엔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겨울 몇 번 지나고 나니 이만한 요약이 없더라고요.

출발 전에 UDOT Traffic 앱을 확인하는 습관도 추천해요. 도로 상황과 공지, 캐년 통행 조건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어요.

캐년에 스키 타러 갈 계획이면 트랙션 법도 알아둬야 해요. 지난 시즌부터 빅 코튼우드와 리틀 코튼우드 캐년에서는 트랙션 법이 시행되는 날 타이어 홈 깊이가 최소 5/32인치 이상이어야 해요.

리틀 코튼우드 입구에서는 시행일에 차량 점검도 해서, 기준에 안 맞으면 올라갈 수가 없어요. 첫눈 오기 전에 타이어 상태부터 한 번 보는 게 마음 편합니다.

저는 겨울 들어서면 와이퍼 액, 아이스 스크래퍼, 담요 정도는 트렁크에 넣어두는 편이에요. 별거 아닌데 막상 필요할 때 없으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어요.

눈 내린 산이랑 반짝이는 호수 풍경 보러 다니는 게 이 동네 겨울의 큰 즐거움이잖아요. 그 즐거움을 오래 누리려면 결국 운전부터 여유 있게 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다리 위, 그늘, 한적한 길, 그리고 새벽과 눈 그친 다음 날. 이 다섯 가지만 기억해도 첫눈 운전이 한결 덜 무서워질 거예요.

나라면 첫눈 온 다음 날 아침엔 10분 일찍 나와서 천천히 가겠어요. 조금 늦는 것보다 안전하게 도착하는 게 훨씬 낫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