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트레이크시티라고 하면 다들 모르몬교나 스키, 그레이트솔트레이크부터 떠올리죠.
그런데 영화 몇 편이 이 도시의 이미지를 꽤 다르게 만들어놨더라고요.
저는 와사치산맥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이 생각을 자주 합니다.
스크린 속 SLC와 제가 매일 마주하는 SLC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거든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하이스쿨 뮤지컬이에요. 2006년 첫 방영 이후로 이스트 하이스쿨은 전 세계 팬들의 성지가 됐죠.
디즈니가 이 도시의 어디서나 있을 법한 아메리카 느낌을 정확히 짚어낸 셈입니다.
그 덕분에 영화가 나온 뒤로 SLC를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지역 뉴스에서도 여러 번 다뤄진 얘기라 확실합니다. 청소년 드림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그렇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아이들 데리고 이스트 하이스쿨 근처를 지나가면 다들 한 번씩은 사진을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방학마다 관광객으로 그 앞이 붐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듣습니다. 영화 한 편의 힘이 이렇게 오래 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반면 좀 옛날 영화인 SLC 펑크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줬어요. 모르몬 문화 안에서 펑크족으로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거든요.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선언문 같은 작품이었죠.
이 도시가 하나의 색깔로만 칠해질 수 없다는 걸 그때 확실히 보여준 셈이에요. 저는 이 영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뒤늦게 보고 나서 이 동네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단정한 분위기 밑에 이렇게 다른 결의 이야기가 있었나 싶어서요.
TV 시리즈 터치드 바이 언 엔젤도 빼놓을 수 없어요. 주요 장면을 SLC와 유타 일대에서 찍었거든요.
가족 친화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의 이 시리즈가 솔트레이크의 공동체 이미지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세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결이 참 다릅니다.
청소년 드림, 반항과 정체성, 가족적인 공동체. 하나의 도시 안에 이렇게 다른 세 겹의 이미지가 겹쳐 있다는 게 새삼 재밌습니다.
영화 한 편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면 또 다른 영화가 그걸 슬쩍 뒤집고, 그런 층이 계속 쌓여서 지금의 SLC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레이트솔트레이크 옆에 살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새삼스럽습니다.
유타에 정착한 한인 가족들 사이에서도 하이스쿨 뮤지컬을 다시 볼 때마다 아이들은 그 학교가 실제로 있다는 걸 신기해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 옆 동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고요.
결국 SLC는 어느 한 영화로 정의되는 도시가 아니라, 수정처럼 맑고 물결처럼 유연하게 여러 모습을 다 품고 있는 곳 같습니다.
저는 그게 오히려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 다양한 결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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