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99달러였는데, 레이저 프린터가 비싸진 이유 - Denver - 1

예전에는 미국 전자제품 매장에 가면 레이저 프린터가 세일할 때 99달러에 나오는 게 흔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만 기다리면 HP나 브라더 같은 보급형 모델을 10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었죠.

당시에는 "잉크젯보다 레이저가 더 오래 쓰니까 무조건 이득이다"라는 생각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은 보급형 레이저 프린터도 200달러를 넘기는 경우가 많고, 무선 기능이나 양면 인쇄가 들어간 모델은 250~300달러가 기본처럼 느껴집니다.

"레이저 프린터가 왜 이렇게 비싸졌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군요.

처음에는 삼성이 프린터 사업을 접은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삼성은 지난 2016년 프린터 사업을 HP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삼성은 레이저 프린터와 복합기 분야에서 꽤 경쟁력이 있었고, 특히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중소기업과 가정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경쟁 업체 하나가 사라지면서 시장 경쟁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 가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더 큰 이유는 제조 원가 상승입니다. 코로나 이후 반도체, 모터, 철강, 플라스틱 등 부품 가격이 크게 올랐고, 해상 운임도 한동안 급등했습니다.

또 하나는 판매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프린터 본체를 싸게 팔고 토너로 수익을 내는 이른바 '면도기와 면도날' 전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린터를 거의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품 토너 사용을 관리하는 보안 기능과 펌웨어가 강화되면서 예전만큼 공격적인 본체 할인 경쟁이 줄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프린터 자체에서도 어느 정도 수익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로 바뀐 것입니다.

시장 자체도 예전보다 작아졌습니다. 종이 문서를 출력하는 일이 많이 줄었죠. 계약서도 전자서명으로 처리하고, 영수증도 이메일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에서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문서를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프린터 판매량이 감소했습니다. 시장 규모가 줄면 생산량도 줄고, 결국 단가가 올라가는 구조가 됩니다.

그렇다고 레이저 프린터의 장점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잉크젯보다 유지비가 저렴하고, 토너는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아도 굳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요즘 레이저 프린터 가격이 200달러를 넘는 이유는 삼성의 사업 철수 때문이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삼성이 빠지면서 경쟁이 조금 줄어든 영향은 있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시장 축소, 제조사들의 수익 구조 변화가 더 큰 원인입니다.

예전 99달러 레이저 프린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환경을 보면, 당분간은 그 시절 같은 파격적인 가격이 다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