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덴버 부모님 집과 LA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학생입니다.
그런데요, LA로 오든 Denver로 가든 비행기만 타면 꼭 지나가야 하는 그 "1등석 앞 통로"
저는 그냥 평범한 20세 여학생인데, 매번 국내선 탈 때마다 저 짧은 통로 하나가 사람 멘탈을 이상하게 흔들어요.
누구도 신경 안 쓰는데 괜히 나 혼자만 초라해지는 기분, 괜히 고개가 숙여지는 그 묘한 순간...
참 별것도 아닌데 매번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살짝 뒤틀리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일단 탑승 시작하잖아요? "Group 5 now boarding!" 하고 울리는 순간 저는 벌써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왜냐면 곧 "1등석 앞을 지나가는 워킹쇼"가 시작되거든요. 막상 들어가서 커튼도 없는 그 공간을 지나칠 때, 저기 앉아 계신 분들 보면 분위기부터 다르죠.
누군가는 노트북 켜고 이미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누군가는 물수건 티슈 받아서 얼굴 닦고 있고, 또 누군가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미 와인 반 잔을 끝냈어요. 저는 그냥 배낭에 노트북, 전날 밤 급하게 넣은 옷만 가득 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정말 이상한 게, 1등석 앉은 분들이 저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저는 괜히 혼자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가 절로 숙여져요.
기내 통로 걸으면서 갑자기 '다음생엔 나도 저기...?' 이런 생각이 반짝하고 지나가기도 하고요.
그러다 이어지는 생각은 또 이거예요. '아 이번 생은 그냥 이코노미에 충실하자...'
근데 제일 웃긴 건 제 표정이에요. 1등석 지나갈 때마다 저도 모르게 "저... 그냥 지나갈게요... 네... 저는 뒤쪽이에요..."
이런 마음의 대사가 얼굴로 다 드러난다는 거죠. 분명 아무도 나한테 신경 안 쓰는데 혼자서만 괜히 움츠러들고 어색하게 미소 짓고 있어요.
그리고 그 기분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1등석과 이코노미 사이 경계선. 바닥 선을 넘을 때 왠지 모르게 현실로 되돌아오는 느낌이 딱 와요. 마치 게임에서 순간적으로 보너스 스테이지 들어간 줄 알았는데 다시 원래 맵으로 리셋되는 그 기분이랄까.
거기 지나서 제 좌석 28B 같은 데 도착하면 "아... 여기가 내 세상이었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요.
특히 LA–덴버 구간은 비행시간이 짧아서 1등석 분들이 시간도 부족한데 되게 부티 나게 행동해요. 막 짧은 시간 안에 커피 주문하고, 노트북 키고, 이어폰 끼고, 자리 넉넉하게 펴고... 저는 그 순간 통로로 지나가면서 "저기... 의자 공간 너무 넓어서 발 올릴 데도 헷갈리겠다..." 같은 이상한 질투 아닌 질투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요, 그 자괴감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그냥 매달 한 번씩 인생의 민낯을 보는 느낌?
그리고 조금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순간이 오히려 재밌어요. 왜냐면 지나갈 때마다 제 머릿속에서 이상한 대사들이 자동 재생되거든요.
"좋겠다... 다리 쭉 뻗는 거 진짜 좋겠다..."
"여기 앉은 사람들은 오늘도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건가..."
"아니 근데 저 테이블 왜 이렇게 넓어... 애 올려 놓으면 춤도 추겠네..."
"졸업하고 꼭 큰회사 다녀서 마일리지 무제한으로 쓰자..."
이런 생각들이 지나가는 동안 1등석은 순식간에 끝나고, 저는 제 자리 찾아가서 백팩 넣고, 이어폰 꽂고, 뭐 또 과제나 드라마 보면서 편하게 앉아요.
그리고 착륙하면 또 "그래! 이코노미도 나쁘지 않아! 집에 가면 엄마 밥!" 하면서 기분 좋아지고요.
결국 1등석 앞을 지날 때 느끼는 멘탈 흔들리는 느낌은...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기분일 뿐이에요.
그래도 매번 느끼게 되는 그 묘한 감정이 조금은 현실적이고, 조금은 웃기게 느껴져요.
다음 달 덴버 갈 때도 또 그 짧은 현타 타임을 겪겠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그 순간마저 제 여행 루틴의 일부가 돼버렸습니다.


니콜키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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