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캠핑 첫 도전, 사막의 밤은 생각보다 훨씬 춥습니다 - Tucson - 1

오늘도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 시월의 마지막 날 편지를 씁니다. 한낮에는 아직 반팔 차림으로 다녀도 되는데, 해가 지고 나면 공기가 확 달라지는 계절이 왔어요.

요즘 주변에서 가을 캠핑 한번 가보겠다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여름 내내 더위에 갇혀 있었으니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요. 저도 이맘때만 되면 괜히 차 트렁크를 한번 열어보게 됩니다.

그런데 첫 캠핑에서 가장 많이 듣는 후회가 있습니다. "밤에 너무 추워서 한숨도 못 잤다"는 말이에요.

사막 동네라 밤도 따뜻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숫자를 보면 생각이 좀 바뀌실 거예요.

국립기상청(NWS)이 발표한 1991~2020년 평년값을 보면 투산의 11월 평균 최고기온은 화씨 75.1도입니다. 그런데 평균 최저기온은 47.9도예요.

하루 사이에 27도 넘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낮 기온만 보고 짐을 싸면 밤에 고생할 수밖에 없지요. 이건 평균일 뿐이라 바람 부는 날은 체감이 훨씬 더 낮습니다.

사막은 공기가 건조하고 구름이 적어서 해가 지면 낮 동안 데워진 열이 하늘로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일교차가 이렇게 크게 벌어지는 거예요.

산으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더 달라집니다. 서부지역기후센터(WRCC)의 1958~2009년 관측 자료를 보면 마운트 레몬 정상 근처 서머헤이븐의 11월 평균 최저기온은 화씨 29.7도예요.

물이 어는 온도보다 낮다는 뜻입니다. 시내에서 산길로 올라갔을 뿐인데 밤은 벌써 한겨울이 되는 셈이지요. 저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는 눈을 의심했어요.

사실 지금 시기에는 높은 곳 캠핑장 대부분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는 중입니다. 산림청(Forest Service) 안내에 따르면 스펜서 캐니언 캠핑장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운영해요.

시월 중에도 날씨에 따라 예고 없이 일찍 닫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가기 전에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recreation.gov나 코로나도 국유림 홈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대신 이맘때 문을 여는 곳도 있어요. 캐털리나 하이웨이 아래쪽의 몰리노 베이슨 캠핑장은 여름엔 더워서 닫고, 늦가을부터 봄까지 운영합니다.

다만 이곳은 식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물은 넉넉히 챙겨 가셔야 해요. 마시는 물, 설거지 물, 혹시 모를 여유분까지 생각하면 생각보다 양이 많아집니다.

첫 캠핑이라면 저는 사계절 운영하는 사막 캠핑장을 먼저 권하고 싶어요. 피마 카운티의 길버트 레이 캠핑장이나 캐털리나 주립공원 캠핑장이 그렇습니다.

둘 다 고도가 낮은 편이라 산보다는 덜 춥습니다. 그래도 새벽에는 40도대까지 내려간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맞아요. 화장실과 물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초보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그럼 무엇을 챙겨야 할까요. 가장 먼저 침낭 라벨을 보셨으면 합니다.

요즘 침낭은 대부분 ISO 23537이라는 국제 기준으로 온도를 표시합니다. 보통 Comfort, Lower limit, Extreme 세 가지 숫자가 적혀 있어요.

여기서 많이들 착각하십니다. Extreme은 그 온도에서 버틸 수 있다는 생존 한계이지 편하게 잔다는 뜻이 아니에요.

나라면 Comfort 숫자를 기준으로 고르겠습니다. 예상 최저기온보다 Comfort가 10도쯤 낮은 걸 고르면 마음이 놓이지요.

침낭만큼 중요한 게 바닥 매트예요. 차가운 땅이 밤새 체온을 빼앗아 가는데, 이걸 막는 힘을 R-value라는 숫자로 표시합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보온이 잘 됩니다. 여름용 얇은 에어매트 하나로 가을밤을 버티려다가 등이 시려서 깨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옷도 겹겹이 준비하세요. 면 옷은 땀이나 이슬에 젖으면 잘 마르지 않아서 오히려 더 춥게 만듭니다. 얇은 기능성 내의 위에 플리스, 그 위에 바람막이를 걸치는 식이 제일 무난해요.

털모자 하나와 두꺼운 양말 한 켤레는 꼭 넣어 가세요. 잠잘 때 쓰는 비니 하나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텐트 안에서 가스 히터나 숯불을 피우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일산화탄소는 냄새가 없어서 모르는 사이에 위험해져요. 추위는 옷과 침낭으로 막는 것이지 불로 막는 게 아닙니다.

저녁은 일찍 따뜻하게 드시고, 자기 전에 따뜻한 물병 하나를 침낭 발치에 넣어 두세요. 오래된 방법이지만 지금도 이만한 게 없습니다.

누가 대신 챙겨주는 게 아니니 내 몸은 내가 미리 준비해야 하지요. 숫자 몇 개만 알고 가도 첫 캠핑이 고생이 아니라 추억이 됩니다.

밤하늘 별은 추운 날일수록 더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따뜻하게만 준비하면 이 계절 사막의 밤만큼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예보를 볼 때는 시내 예보 말고 캠핑장 위치를 콕 집어서 보세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지도를 눌러 해당 지점 예보를 따로 볼 수 있어서, 고도 차이에서 오는 기온 차를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부디 무리하지 말고, 날씨 예보 한 번 더 보고 떠나세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