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손 밸리 피버, 기침을 감기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 - Tucson - 1

지난주에 아는 분이 기침이 3주째 안 떨어진다고 하소연을 하셨어요. 감기약도 먹고, 병원에서 항생제까지 받아왔는데 오히려 더 피곤하다고요.

제가 제일 먼저 물어본 건 딱 하나였습니다. 혹시 밸리 피버(Valley fever) 검사는 해보셨어요?

대답은 역시나 "그게 뭔데요?"였어요. 투손에 오래 사신 분인데도 그러시니, 생각보다 모르는 분이 많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밸리 피버의 정식 이름은 콕시디오이데스진균증(coccidioidomycosis)이에요. 현지에서는 줄여서 cocci라고도 부릅니다.

원인은 바이러스도 박테리아도 아니고 흙 속에 사는 곰팡이예요. 사막 흙이 바람이나 공사, 정원 일로 들썩일 때 포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고, 그걸 들이마시면 감염됩니다.

다행히 사람끼리 옮는 병은 아닙니다. 기침하는 사람 옆에 있었다고 걸리는 게 아니라, 흙먼지가 원인이에요. 가족이 걸렸다고 해서 마스크 쓰고 따로 밥 먹을 필요는 없어요.

문제는 증상이 너무 평범하다는 거예요. CDC 자료에 따르면 피로, 기침, 숨참, 두통, 식은땀, 근육통, 발진 같은 증상이 흔합니다.

증상은 보통 포자에 노출된 뒤 1주에서 3주 사이에 나타나요. 그래서 "요즘 감기가 독하네" 하고 넘기기 딱 좋습니다.

감염돼도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볍게 지나가는 사람도 많아요. 반대로 폐렴처럼 심하게 앓거나 몇 주씩 기운을 못 차리는 경우도 있고요. 같은 곰팡이인데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게 지나가요.

제가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꽤 놀랐어요. CDC는 피닉스와 투손 같은 지역에서 지역사회 획득 폐렴의 15%에서 30% 가까이가 밸리 피버 때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폐렴 환자 서너 명 중 한 명꼴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검사를 잘 안 하다 보니 실제로는 덜 잡히고 있다는 게 CDC의 설명이에요.

더 아쉬운 건 치료 과정이에요. CDC는 밸리 피버 환자의 60%에서 80%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 전에 항생제를 한 번 이상 처방받는다고 봅니다.

곰팡이 감염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아요. 시간과 돈은 쓰는데 정작 원인은 그대로인 셈이죠.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 좀 답답했습니다.

애리조나 주 보건국(ADHS) 2024년 보고서를 보면 그해 주 전체 환자는 14,763명이었어요. 피마 카운티만 1,596명이었고요.

전문가들은 이 증가에 검사와 인식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봐요. 그러니 무조건 겁먹을 일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가 대표적인 유행 지역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시기도 중요해요. 보건 당국에 따르면 애리조나에서는 10월 말부터 12월 사이에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딱 지금이죠. 날씨 좋아졌다고 하이킹 가고, 마당 정리하고, 겨울 손님 맞을 준비하는 바로 그 시즌이에요.

그럼 어떻게 확인하느냐. 증상만 보고는 의사도 구별하기 어려워서 반드시 lab test가 필요합니다.

가장 흔한 건 항체를 보는 혈액검사예요. 다만 감염 초기에는 음성이 나올 수 있어서 다시 검사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 걸리기도 하고, 배양 검사는 더 오래 걸려요. 그래서 처음부터 의심하고 요청하는 게 시간을 아끼는 길입니다.

제가 정리한 체크 포인트는 이래요. 기침이나 피로가 2~3주 넘게 간다. 감기약이나 항생제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식은땀이 나거나 다리에 붉은 발진이 올라온다. 최근에 흙먼지를 많이 마셨다. 이 중 몇 개가 겹친다면 진료 볼 때 꼭 말씀하세요.

영어가 부담스러우면 이 한 문장만 외워 가셔도 됩니다. "Could this be Valley fever? Can I get tested?"

CDC도 유행 지역에 살거나 다녀온 폐렴 환자는 밸리 피버 검사를 고려하라고 의료진에게 권하고 있어요. 환자가 먼저 꺼낸다고 이상한 게 전혀 아닙니다.

6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부모님이 오래 기침하시면 한 번 더 챙겨볼 이유가 됩니다. 전화로 안부 물을 때 기침 얘기를 꼭 넣어보세요.

먼지 많은 날 마당 일을 할 때는 흙에 물을 살짝 뿌리고 하는 습관도 도움이 돼요. 바람 심한 날은 창문 닫고 실내에 있는 게 낫고요.

강아지도 걸릴 수 있다는 것, 의외로 모르는 분이 많아요. 땅 파기 좋아하는 아이라면 기운 없고 기침할 때 동물병원에서 같이 물어보세요.

저는 이런 정보가 이민자나 영어가 서툰 분들에게 더 늦게 닿는 게 늘 마음에 걸려요. 검사 한 번 요청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크거든요.

이 글은 일반 정보일 뿐 진단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꼭 의사, 약사와 상의하세요.

나라면 이번 시즌에 오래 가는 기침은 그냥 넘기지 않겠어요. 투손 사막 먼지,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