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몰타운은 왜 죽고, 어떤 마을만 살아남았을까 - Jersey City - 1

얼마 전에 로드트립을 가다가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지름길로 빠졌던 적이 있어요.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작은 타운 하나를 지나가게 됐는데,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가게 절반이 셔터를 내리고 있더라고요.

은행 하나, 약국 하나, 그리고 오래전에 문을 닫은 것 같은 극장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어요. 그 풍경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죠.

사실 이런 작은 마을 특유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식당에 들어가면 종업원이 제 얼굴을 기억하고, 옆 테이블 손님이 대뜸 날씨 얘기를 걸어오는 그런 느낌이요.

그런 정겨움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아깝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어요. 미국의 이런 작은 마을들은 대체 언제부터, 왜 이렇게 텅 비어가기 시작한 걸까요.

찾아보니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미국 농촌 지역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해요. 전체 인구 4600만 명 중 28만9000명이 줄어서 마이너스 0.6퍼센트였는데, 통계를 작성한 이래 이런 감소는 처음이었대요.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카운티의 절반 이상에서 인구가 줄었고, 그 카운티에 사는 사람만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하니 결코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인구가 늘어난 농촌 카운티의 비율도 10년 새 53.2퍼센트에서 33.1퍼센트로 뚝 떨어졌대요. 예전엔 절반 넘게 늘고 있었는데 이제는 세 곳 중 한 곳만 늘고 있는 셈이죠.

주별로 보면 웨스트버지니아, 미시시피, 일리노이가 특히 심하게 줄었는데, 그중에서도 웨스트버지니아는 농촌 인구가 3.2퍼센트나 빠졌다고 해요.

원인을 들여다보면 이주로 빠져나간 인구가 51만 명인데, 새로 태어난 인구는 22만1000명에 그쳤어요. 사람들이 떠나는 속도를 출생이 따라가지 못한 셈이죠.

젊은 사람들이 대학이나 직장을 찾아 도시로 떠나면 그다음 순서는 늘 비슷해요. 병원과 학교부터 하나둘 문을 닫고, 남아 있던 주민들마저 결국 짐을 싸게 되는 흐름이 반복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와중에도 다시 살아난 마을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도대체 뭐가 달랐던 걸까 궁금해서 좀 더 찾아봤어요.

다운타운 살리기 프로그램인 메인스트리트 아메리카를 통해 2023년 한 해에만 56억8000만 달러가 지역에 재투자됐대요. 그 결과 새 가게 6630곳이 문을 열었고, 일자리도 3만5162개가 새로 생겼다고 하니 결코 작은 움직임이 아니더라고요.

낡아서 방치돼 있던 건물 1만556채가 다시 단장해서 쓰이게 됐다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워싱턴주의 한 항구 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돈을 모아 투자 펀드를 만들어서 소상공인들에게 빌려줬다고 해요. 은행 대출이 어려운 작은 가게들이 그 펀드 덕분에 문을 열고 버틸 수 있었다는 거죠.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함께 가라앉던 테네시주의 한 도시는 시 차원에서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깔기로 결단을 내렸어요. 낙후된 공업도시였던 그곳은 그 선택 하나로 스타트업과 기술 인력이 모여드는 곳으로 바뀌었죠.

그 광케이블망 하나가 지역에 안겨준 경제 효과가 15년 동안 53억 달러에 달하고, 새로 생긴 일자리만 1만400개가 넘는다고 해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건 마을의 크기가 아니었어요. 주택, 소상공인 지원, 공공장소, 리더십 같은 부분에서 그 마을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스스로 선택을 했는지가 관건이라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사람이 빠져나가는 이유도, 다시 모여드는 이유도 결국 비슷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발붙이고 살고 싶어지는 이유를 하나라도 만들어 주느냐에 달린 거죠.

저는 이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정부 지원이든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든 한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둘이 같이 움직여야 마을이 진짜로 살아나는 것 같아요.

다음에 또 그런 마을을 지나가게 되면 이번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이라도 사 마시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