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로열티 카드, 개인정보 내주고 얼마나 아끼는 걸까 - Omaha - 1

마트 계산대에서 캐셔가 "로열티 카드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별 생각 없이 전화번호부터 불러준다.

포인트 적립되고 쿠폰 몇 개 뜨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가는데, 사실 이 카드 하나 만드는 순간 이름과 이메일, 생년월일, 구매 내역까지 통째로 넘어간다.

크로거는 자체 홍보 자료에서 로열티 카드 회원이 연평균 576달러를 아낀다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 쿠폰과 크로거 플러스 카드를 같이 쓰면 한 번 장 볼 때마다 15에서 25퍼센트 정도 할인이 붙는다니, 숫자만 보면 카드를 안 만들 이유가 없어 보인다.

월마트나 세이프웨이 같은 다른 체인들도 회원 전용 가격을 따로 매기는 방식을 넓혀가는 추세라, 요즘은 카드 없이 정가로 장을 보면 오히려 손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이 정보, 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크로거는 84.51도라는 자체 데이터 회사를 통해 회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걸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구조를 오래전부터 운영해왔다.

회사 이름부터가 크로거 본사가 있는 신시내티의 경도 숫자에서 따온 건데, 이름 짓는 방식만 봐도 숫자와 데이터에 진심인 회사라는 게 느껴진다.

컨슈머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크로거는 2024년 한 해 동안 쇼퍼 개인정보를 데이터 브로커들에게 팔아서 5억 2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27년에는 이 수익이 8억 25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런 이른바 '대안 수익' 사업이 벌써 크로거 순이익의 35퍼센트 넘게 차지하고 있다.

이 정보를 사가는 곳도 마케팅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담배 회사, 금융사까지 포함해 50곳이 넘는다고 하니 규모가 생각보다 크네.

단순히 구매 내역만 모으는 게 아니라 위치 정보와 인구통계 정보까지 얹어서 개개인의 소비 습관을 정교하게 짜맞춘 프로필을 만든다는 게 이번 조사의 핵심이었다.

노동조합 쪽에서는 이렇게 쌓인 데이터로 소득이 높은 손님에게만 더 좋은 할인을 몰아주고, 그렇지 않은 손님은 정가에 가깝게 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할인 몇 퍼센트 받자고 넘긴 개인정보가 이렇게 큰 사업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걸 알고 나면 카드 만들 때 느낌이 좀 달라지더라.

한인마트들도 비슷한 적립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요즘은 지갑 대신 휴대폰 앱에 로열티 카드만 대여섯 개씩 깔아두고 사는 사람도 흔하다.

적립 포인트도 유효기간이 지나면 그냥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보는 이미 다 넘겼는데 정작 혜택은 못 챙기고 끝나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렇다고 다들 카드를 거부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미국 온라인 성인의 85퍼센트가 로열티 프로그램에 최소 하나는 가입되어 있고, 식료품점 쇼핑객만 따로 보면 82퍼센트가 이미 회원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실제로 꾸준히 활용하는 사람은 59퍼센트에 그치고,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3.4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들고 다닌다.

가입은 해놓고 정작 다 쓰지도 않으면서 정보만 여기저기 뿌려두는 셈인데, 미국 성인의 79퍼센트는 본인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불안하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까지 보면 다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카드 자체를 거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어차피 마트 앱들이 요구하는 개인정보 수준은 거기서 거기고, 할인 자체는 실제로 계좌에 찍히는 진짜 돈이니까.

다만 가입할 때 전화번호나 이메일 중 하나만 주고, 굳이 안 물어보는 우편번호나 생년월일까지 꼬박꼬박 채워 넣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앱을 깔았다면 위치 권한이나 광고 추적 권한까지 다 열어주지는 않는 정도로 선을 그어두는 게 낫다.

공짜로 할인해주는 카드는 세상에 없고, 결국 내 정보가 그 값을 대신 치르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두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