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랜도에 살면 좋은 점 중 하나가 주말에 "오늘 뭐 하지?" 하고 찾아보면 생각보다 할 게 참 많다는 거예요.
디즈니월드나 유니버설 같은 테마파크만 있는 도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살아보면 계절마다 축제와 공연, 음식 행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관광객을 위한 행사도 있지만 올랜도 주민들이 매년 기다렸다가 찾아가는 행사도 꽤 많아요.
봄에 제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행사는 Orlando International Fringe Theatre Festival이에요. 보통 5월에 Loch Haven Park를 중심으로 열리는데 연극부터 뮤지컬, 코미디, 댄스, 서커스까지 정말 별별 공연이 다 나옵니다. 대형 극장에서 유명 배우 공연 하나 보는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요. 비교적 작은 공연장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다음 공연으로 넘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공연예술 좋아하는 분이라면 하루 종일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요.
2월부터 봄까지는 Universal Orlando의 Mardi Gras도 유명합니다. 뉴올리언스 마르디 그라 분위기를 테마파크 안으로 가져온 행사인데 퍼레이드가 지나가면서 비즈 목걸이를 던져주고 음악과 음식까지 어우러져 분위기가 아주 떠들썩해요. 일정에 따라 유명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도 열리기 때문에 놀이기구보다 콘서트 때문에 찾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4월에는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 기다리는 Florida Film Festival도 있어요. 이 행사는 올랜도 바로 북쪽 메이틀랜드의 Enzian Theater를 중심으로 열립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아요. "올랜도에 이런 문화행사도 있었어?"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가을로 넘어가면 제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EPCOT International Food & Wine Festival이에요. EPCOT 안에 여러 나라 음식 부스가 들어서는데 한 접시를 거창하게 먹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씩 사서 맛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프랑스 먹었다가 일본으로 가고, 조금 걸어서 독일 음식 먹고 또 다른 나라 디저트를 먹는 식이에요. 물론 몇 개 집어 먹다 보면 가격이 슬슬 올라가니 지갑은 조심해야 합니다.
10월이 가까워지면 분위기가 또 확 바뀝니다. 유니버설의 Halloween Horror Nights처럼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핼러윈 행사가 시작돼요. 공포영화 세트처럼 만들어 놓은 Haunted House를 돌아다니는데 무서운 것 싫어하는 저는 돈 내고 왜 저 고생을 하나 싶으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년 갑니다.
11월 말부터는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변해요. Walt Disney World에서는 EPCOT International Festival of the Holidays가 열리고, Universal Orlando 역시 Grinchmas와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등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반팔 입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는 날도 있다는 게 플로리다다운 풍경이에요.
테마파크 밖으로 눈을 돌려도 다운타운 올랜도와 주변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야외 공연, 푸드 이벤트와 지역 축제가 계속 열립니다. 그래서 올랜도에 산다면 행사 캘린더를 가끔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아요.
관광객에게 올랜도는 디즈니와 유니버설을 며칠 보고 떠나는 도시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봄에는 공연 보고, 여름 지나면 음식축제 기다리고, 가을에는 핼러윈 즐기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행사 구경하면서 한 해가 지나가요. 매일 테마파크를 갈 수는 없어도 일 년 내내 어디선가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것도 올랜도에서 사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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