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산호세와 베이 에어리어는 겨울에도 골프채를 창고에 넣어둘 필요가 없습니다.
한여름에는 건조해서 습도가 낮고, 겨울에도 눈 때문에 골프장이 몇 달씩 문을 닫는 일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산호세에서 20년 넘게 골프를 친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지역 골프장의 진짜 장점은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데 있습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코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고, 별 부담 없이 친구들과 한 게임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때그때 골라 갈 수 있습니다.
산호세를 대표하는 퍼블릭 골프장 가운데 하나가 코요테 크릭 골프 클럽(Coyote Creek Golf Club)입니다. 산호세 남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18홀짜리 코스 두 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토너먼트 코스와 밸리 코스로 나뉘는데 서로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토너먼트 코스는 피터 제이콥슨과 짐 하디가 설계한 코스로, 이름 그대로 조금 더 도전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골퍼에게 어울립니다. 주변 구릉과 물을 활용한 홀이 많아 티샷 위치를 잘못 잡으면 다음 샷이 상당히 까다로워집니다. 반대로 경치가 좋아서 스코어가 마음에 안 들어도 라운딩 자체를 즐기기 좋은 곳입니다.
클럽하우스와 연습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일찍 도착해 몸을 풀고 라운딩을 시작하기 좋습니다.
가격은 예약 시간과 요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주말 오전 인기 시간대와 평일 오후 가격 차이가 꽤 납니다.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골프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평일이나 늦은 티타임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산호세 남쪽에서 또 유명한 곳이 시나바 힐스 골프 클럽(Cinnabar Hills Golf Club)입니다. 이곳은 27홀 규모라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캐니언, 레이크, 마운틴의 세 가지 9홀 코스를 조합해 18홀을 플레이하는 방식이라 여러 번 방문해도 코스가 똑같다는 느낌이 덜합니다.
개인적으로 캘리포니아 골프장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 좋은 곳이 이런 구릉지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겨울과 봄에는 비를 머금은 언덕이 초록빛으로 변하고, 건기가 되면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캘리포니아 특유의 황금빛 언덕으로 바뀝니다. 같은 골프장인데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조금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기고 싶다면 시에서 운영하는 산호세 뮤니시팔 골프 코스(San Jose Municipal Golf Course)도 있습니다. 화려한 리조트형 골프장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좋고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기 좋은 곳입니다. 골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나 매주 꾸준히 라운딩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런 골프장이 더 실용적입니다.
산호세의 재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차를 조금만 몰고 나가면 산타클라라 밸리와 모건힐, 길로이 방향으로 골프장이 계속 나오고, 북쪽과 이스트베이까지 범위를 넓히면 선택지가 훨씬 많아집니다. 주말마다 새로운 코스를 찾아다니는 것 자체가 취미가 될 정도입니다.
한인들에게 골프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한인들이 많고 직장, 교회, 동문회, 비즈니스 모임을 중심으로 골프 모임도 활발합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도 몇 번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함께 라운딩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시 산호세 골프의 가장 큰 장점은 날씨입니다. 미국 북부 지역에서는 늦가을이 되면 사실상 시즌을 접어야 하지만 산호세에서는 겨울에도 날씨 좋은 날을 골라 라운딩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 역시 습도가 높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날이 많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베이 에어리어답게 인기 있는 시간대의 그린피가 비싸고 주말 오전 티타임은 일찍 예약해야 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도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년 내내 골프장을 가까이 두고 산다는 장점이 상당히 큽니다.
이른 아침 골프장에 도착해 커피 한 잔 들고 카트에 백을 싣고 있으면 아직 언덕에는 안개가 조금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첫 홀 티박스에 올라설 즈음 햇빛이 나오기 시작하죠. 이런 날씨에 이런 풍경을 보면서 18홀을 돌 수 있다는 것, 골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산호세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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