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 살 때 진짜 무서운 건 집값이 아니라 계약서 - San Antonio - 1

얼마 전 샌안토니오에서 집을 사려던 한 분이 계약서를 보다가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스펙션은 다음 주까지 하면 되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계약서에 적힌 날짜를 다시 확인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기한이 빨랐습니다. 자칫하면 인스펙션과 관련된 중요한 기한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분도 아니었습니다.

평소 미국에서 직장생활도 하고 영어로 웬만한 업무는 다 하는 분이었는데, 부동산 계약서는 또 다릅니다.

단어 하나하나는 아는데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애매한 겁니다.

저도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런 서류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영어를 읽을 줄 아는 것과 계약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집을 살 때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 단순히 Zillow에 나온 집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집 보여주는 건 일의 시작에 가깝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주변에서 비슷한 집이 얼마에 팔렸는지 봐야 합니다. 오퍼 가격도 정해야 하고 셀러와 조건도 협상해야 합니다.

그다음부터 서류가 계속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Contingency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바이어를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인스펙션도 있고 대출도 있고 감정평가와 관련된 조건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한입니다.

"며칠 안에 하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날짜를 놓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나 디파짓을 보호받는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계약에서는 날짜 하나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인스펙션을 하고 나서도 결정할 게 많습니다.

리포트를 받아보면 별게 다 나옵니다.

지붕 문제, 에어컨, 배관, 전기, 창문, 기초까지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처음 집 사는 분은 그걸 보고 또 놀랍니다.

"이 집 완전히 문제 있는 집 아니에요?"

그런데 오래된 집에서 작은 문제 몇 개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어떤 건 셀러에게 고쳐달라고 요구하고, 어떤 건 가격 협상에 이용하고, 어떤 건 내가 나중에 고칠 것인지 구분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도 계약 조건과 기한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 샌안토니오 집값은 중간 가격이 대략 29만 달러 선입니다.

예전처럼 집이 나오자마자 무조건 달려들어야 하는 분위기에서는 조금 벗어나면서 바이어가 조건을 따져볼 여지도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계약서를 대충 봐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협상할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어떤 조건을 넣을 것인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2024년 NAR 합의 이후에는 집을 보러 다니기 전에 바이어 에이전트와 서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집 계약서만 보는 게 아닙니다.

나를 도와주는 에이전트와 어떤 조건으로 일하는지도 먼저 읽어봐야 합니다.

여기서 한인 에이전트를 찾는 분들이 왜 있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단순히 한국말이 편해서만은 아닙니다.

"이 조항은 쉽게 말하면 이런 뜻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큽니다.

특히 처음 미국에서 집을 사는 분이라면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집을 볼 때 궁금해하는 것도 조금 다릅니다.

학교는 어떤지, 한인마트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교회나 성당은 가까운지, 부모님이 같이 살기 괜찮은 구조인지 이런 걸 많이 봅니다.

텍사스에서는 재산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 소득세가 없다고 좋아했는데 집 사고 나서 재산세 고지서 보고 놀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거주라면 Homestead Exemption을 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집값만 보고 한 달 모기지를 계산했다가 재산세와 보험료를 넣으니 예상보다 몇백 달러 더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주에서 집을 사본 사람도 텍사스에서는 계약서가 낯설 수 있습니다.

텍사스에서 사용하는 부동산 양식과 절차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을 사는 과정에서 정말 무서운 건 어려운 영어 단어가 아닙니다.

"대충 이런 뜻이겠지." 하고 넘어가는 겁니다.

30만 달러짜리 집을 사면서 계약서 날짜 하나를 잘못 이해해서 수천, 수만 달러가 걸린 문제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모르는 조항이 나오면 물어보고, 날짜는 다시 확인하고, 이해가 안 되면 쉬운 말로 설명해달라고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