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km 밖 칠레 지진이 힐로를 덮친 날, 멈춘 시계의 교훈 - Hilo - 1

힐로 다운타운 근처 공원에 가면 좀 이상한 시계가 하나 서 있어요. 바늘이 1시 4분에서 멈춘 채 60년 넘게 그대로거든요. 옆에 선 기념비를 읽기 전까지는 누구라도 그냥 지나칠 법한 모습이에요.

처음 봤을 땐 그냥 고장 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시계가 멈춘 이유를 알고 나니까 한동안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시작은 1960년 5월 22일, 하와이가 아니라 남미 칠레였어요. 발디비아 앞바다에서 규모 9.5 지진이 났는데, 지금까지 계기로 관측된 지진 중 가장 큰 기록이에요.

칠레에서 힐로까지는 1만km가 넘는 거리예요. 비행기로도 한참 걸리는 그 바다를 쓰나미가 통째로 건너온 거죠. 그 사이 하와이 사람들은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파도가 힐로에 닿은 건 지진이 난 지 15시간 뒤인 5월 23일 새벽이었어요. 에너지가 태평양을 시속 400마일로 가로질러 왔다고 하니, 솔직히 숫자만 봐도 소름이 돋아요.

여기서 제일 마음 아픈 대목이 나와요. 경보는 제대로 울렸다는 거예요.

1946년 알류샨 쓰나미 이후 만들어진 태평양 쓰나미 경보 체계가 이때 정상 작동했어요. 도착 예상 시간보다 여섯 시간 전에 경보가 나갔고, 사이렌도 울렸고요. 시스템 자체는 할 일을 다 한 셈이에요.

그런데도 힐로에서만 61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희생자 상당수가 경보를 듣고도 대피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왜 안 움직였을까요? 이유를 찾아보니 이게 남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우선 경보를 헛경보로 여긴 사람이 많았어요. 사이렌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경우도 있었고, 아예 파도 구경하러 해안으로 간 사람들까지 있었대요. 지금처럼 폰으로 실시간 영상을 보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더 그랬겠죠.

또 하나는 과거 경험이었어요. 와이아케아 쪽은 1946년 쓰나미 때 피해가 적어서 이번에도 괜찮을 거라고 믿은 주민이 많았다고 해요.

저는 이 부분에서 뜨끔했어요. 지난번에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 이거 우리가 허리케인 경보 뜰 때마다 하는 말이잖아요.

그날 파도는 한 번이 아니었어요. 여러 차례 밀려왔고, 그중 세 번째 파도가 제일 컸어요.

그 세 번째 파도가 힐로 베이로 들어오면서 해수면 기준 35피트 높이까지 치솟았어요. 주차 미터기가 바닥에 휘어 눕고, 20톤짜리 방파제 바위가 500피트나 밀려났다는 기록도 있어요.

바로 그 파도가 와이아케아 마을의 시계를 쓸어 갔어요. 잔해 속에서 찾아낸 시계의 바늘이 1시 4분이었고, 복원하면서도 그 시간은 일부러 그대로 뒀대요.

와이아케아는 가게, 학교, 식당에 영화관까지 있던 동네였어요. 주민 상당수가 일본계였고요. 이민자들이 땀 흘려 일군 동네라는 점에서 저도 괜히 마음이 쓰였어요.

그런데 그 마을은 다시 지어지지 않았어요. 두 번이나 당한 해안 저지대에 주택 재건을 막았거든요.

대신 힐로는 카이코오 프로젝트라는 걸 밀어붙였어요. 바닷가에 공원, 라군, 녹지를 두르고 사람 사는 곳은 안쪽으로 물린 거예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와이로아 리버 주립 휴양지예요. 1965년에 완성됐고, 지금 사람들이 산책하고 낚시하는 그 넓은 초록 공간이 사실은 완충지대인 거죠. 모르고 보면 그냥 예쁜 공원인데, 알고 보면 도시 전체가 뒤로 한 발 물러선 흔적이에요.

이 결정을 두고는 양쪽 시각이 다 있어요.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 입장에선 동네 하나가 지도에서 지워진 거니까요.

반면 안전 측면에서 보면 이만큼 확실한 대책도 드물어요. 파도가 다시 와도 사람 대신 공원이 먼저 맞게 되니까요.

저는 데이터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좀 결이 달라요. 61이라는 숫자 뒤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이 있었으니까요.

기술은 그때도 제 역할을 했어요. 모자랐던 건 경보를 믿고 움직이는 습관이었죠.

그래서 요즘은 매달 사이렌 테스트 소리가 나면 그냥 흘려듣지 않으려고 해요. 저 소리가 진짜일 때 나는 어디로 갈지 한 번씩 떠올려 보는 거예요. 차에 물이랑 손전등 챙겨두는 것도 그때 같이 점검하고요.

동네 쓰나미 대피 구역이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분도 생각보다 많아요. 카운티 비상관리 사이트에 지도가 올라와 있으니 한 번쯤 꼭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첫 파도가 약하다고 바로 돌아오면 안 돼요. 1960년에도 제일 무서운 건 나중에 온 파도였잖아요.

올해 들어서는 이 시계 기념물을 옮기는 방안이 논의된다는 소식도 있었어요. 위치가 바뀌더라도 그 1시 4분이 주는 메시지는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1만km 밖의 일이라고, 지난번엔 괜찮았다고 방심하는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는 것. 힐로가 60년 넘게 저 멈춘 시계로 말해주고 있는 교훈이에요.

혹시 힐로에 가실 일 있으면 퍼시픽 쓰나미 뮤지엄이랑 그 시계 앞에 꼭 한번 서 보세요. 저는 다음에 가면 주변 사람들 손 잡고 가서 그날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생각이에요. 가이드북 한 줄보다 훨씬 오래 남을 거라 믿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