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동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는 백발의 커플을 봤습니다.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신혼부부 못지않게 다정해서, 곁을 지나가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요즘 미국에서는 이렇게 나이 들어 다시 짝을 찾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1960년에는 55세에서 64세 사이 이혼이나 사별 경험자 중 재혼한 비율이 55퍼센트에 그쳤지만, 2013년에는 그 수치가 67퍼센트까지 올라갔습니다. 65세 이상에서도 같은 기간 34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뛰었으니, 절반이 다시 결혼을 선택한 셈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평균 수명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예순만 넘어도 여생이 짧다고 여겨 새 출발을 망설였지만, 지금은 은퇴 이후에도 이삼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 긴 시간을 혼자 보내느니 곁을 지켜줄 사람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외로움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한 뒤 혼자 사는 노년층은 우울감과 건강 악화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자녀들은 각자 가정을 꾸려 독립했고, 친구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시기에 매일 대화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됩니다.
사회적 시선이 바뀐 것도 한몫합니다. 예전에는 나이 들어 재혼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녀들조차 부모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습니다. 전통적으로 결혼을 인생의 중요한 매듭으로 여겨온 미국 사회에서, 노년의 결혼도 그 연장선으로 존중받게 된 셈이니 반가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데이트 앱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순, 일흔 넘은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는 게 낯설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시니어 전용 데이트 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짝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면 세대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도 큰 변수입니다. 예전에는 배우자를 잃은 여성이 생계 때문에라도 서둘러 재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금과 저축, 오랜 직장 생활로 다진 자산이 있으니 굳이 조건에 맞춰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으로 아쉬울 게 없어진 뒤에야 오히려 사랑만 보고 재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만 모든 노년 커플이 정식으로 결혼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사회보장 연금이나 유족 급여, 상속 문제가 얽히면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전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거나, 아예 법적 혼인 없이 동거를 택하는 커플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대목입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책임과 헌신의 무게를 저는 여전히 소중하게 여기는 쪽이라서요.
그럼에도 재혼을 결심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었을 때보다 상대의 단점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여유가 생겼고, 조건보다는 사람 자체를 보는 눈이 깊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성숙한 선택이야말로 오랜 세월이 준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나이 들어 다시 결혼하는 미국 노부부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더 길어진 인생,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절실함, 달라진 사회 인식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계 뒤에 숨은 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결혼이라는 제도가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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