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창업 초창기엔 믿기 힘들 만큼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어요.

가장 재미있다는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정리해 볼게요.

팜파일럿으로 돈을 “빔” 하다
1998년 콘피니티(Confinity)가 처음 만든 서비스는 팜파일럿 두 대를 맞대고 적외선으로 10달러를 주고받는 서비스 이었어요. 당시 개발자 맥스 레브친·피터 틸 팀은 이 데모를 “Beam me a buck”이라 부르며 투자자 앞에서 쇼를 했고, 여기서 파생된 이름이 ‘Pay Pal’이었죠.

적과의 동침: X.com vs Confinity 합병
한쪽엔 엘론 머스크의 온라인은행 X.com, 다른 편엔 이메일 결제 실험을 하던 콘피니티. 두 회사는 eBay 셀러를 두고 피 터지는 가격·인재 전쟁을 벌이다가 2000년 봄 “둘 다 망하느니 합치자”는 결론으로 급합병—사무실 복도에서 서로 등을 돌린 채 일할 정도로 살벌했지만, 합병 1년 뒤 사명은 결국 ‘PayPal’로 통일됩니다.

X.com, 포르노 사이트 오해로 CEO 축출
합병 뒤에도 머스크는 브랜드를 PayPal이 아닌 X.com으로 밀어붙였어요. 문제는 당시 인터넷 이용자 상당수가 ‘X.com=어른들 사이트?’로 오해하면서 신용카드 입력을 주저한 것. 출장길 비행기를 타려던 머스크는 “이름 때문에 고객이 도망간다”는 간부진의 쿠데타 소식을 문자로 받고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10달러 뿌리기, 하루에 현금 1백만 불 증발
사용‧초대한 사람 모두에게 10달러씩 꽂아주는 ‘미친’ 추천 프로그램으로 가입자가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최고 때 하루 마케팅 비용이 100만 달러 가까이 나가며 은행 계좌가 순식간에 말라갔어요. 그래도 이 전략 덕분에 석 달 만에 100 만 유저를 돌파하며 eBay 결제 표준으로 자리 잡습니다.

매시간 2,300달러가 새던 사기와 CAPTCHA의 탄생
빠른 성장 뒤엔 그림자도 있었죠. 2000년 초 사기·도난카드 탓에 시간당 2,300달러씩 돈이 빠져나가자 CTO 레브친과 엔지니어 가우스벡이 ‘틀린 그림 문자판’을 급조했는데, 이것이 세계 최초 상용 CAPTCHA인 ‘가우스벡-레브친 테스트’입니다. 오늘날 웬만한 로그인 앞에 등장하는 그 삐뚤빼뚤 글자판의 시조가 PayPal이라니 흥미롭죠!

eBay 셀러들이 만든 자발적 바이럴
정식 파트너가 아니었던 eBay에는 ‘결제 수단 없음’이 일상이었어요. 소규모 셀러들이 HTML 설명란에 PayPal 버튼을 스스로 붙여 넣으면서 일종의 게릴라 캠페인이 시작됐고, 2001년엔 eBay 전체 거래의 60 %가 PayPal로 결제될 정도로 폭발했습니다. 경쟁 서비스 빌포인트를 키우던 eBay가 결국 2002년 PayPal을 15억 달러에 인수하게 된 배경이죠.

‘페이팔 마피아’의 씨앗
창업 멤버·초기 직원 20여 명은 회사를 떠난 뒤 테슬라, 링크드인, 유튜브, 팔란티어, 스페이스X, 옐프 등을 차례로 세우며 실리콘밸리 투자‧창업 생태계를 재편합니다. 이들 네트워크가 지금도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이유. 하나의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 차세대 거물들을 동시에 길러낸 보기 드문 사례예요.

작은 PDA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합병, 쿠데타, 돈 뿌리기, 사기와의 전쟁, 그리고 15억 달러 엑시트까지 - PayPal 창업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