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친구들 불러다가 좀 엉뚱한 실험을 하나 해봤다. 케첩, 시리얼, 버터, 이 세 가지를 유명 브랜드랑 마트 자체브랜드로 각각 사다 놓고 라벨을 떼고 번호만 붙여서 눈 가리고 먹어보는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결과부터 말하면 꽤 흥미로웠다. 여섯 명 중에 케첩은 세 명이 스토어 브랜드를 더 맛있다고 골랐고, 시리얼은 취향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버터만 유명 브랜드가 근소하게 앞섰는데 그마저도 한 표 차이였다. 다들 자기가 몇 년씩 사 먹던 브랜드를 못 맞췄다는 사실에 웃음이 터졌다.
이런 건 어떨까 싶어서 이번 기회에 가격표도 같이 찍어서 비교해봤는데,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은 보통 유명 브랜드보다 15에서 30퍼센트 정도 저렴하게 나온다. 컨슈머 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스토어 브랜드를 선택했을 때 평균적으로 25퍼센트 정도를 아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품목에 따라서는 아이스크림처럼 60퍼센트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게 그날 우리끼리만의 우연이 아니라 어느 정도 데이터로도 뒷받침되는 이야기더라. 컨슈머 리포트가 케첩과 마요네즈로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참가자의 40퍼센트 이상이 스토어 브랜드 쪽을 선호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조사에서는 식료품 70개를 놓고 테스트했더니 그중 76퍼센트가 유명 브랜드만큼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19개 품목을 비교한 테스트에서는 열 개가 무승부, 여덟 개가 유명 브랜드 승, 나머지 하나는 스토어 브랜드가 이겼다. 완승도 완패도 아닌, 딱 반반에 가까운 셈이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브랜드에 지불하는 돈의 상당 부분은 사실 맛이나 품질이 아니라 마케팅과 포장, 그리고 오래된 익숙함에 대한 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핑 보드도 마찬가지 아닌가. 유명 브랜드 로고 붙었다고 파도를 더 잘 타게 해주는 건 아니듯이, 케첩도 병에 뭐라고 써 있든 토마토와 식초 비율이 비슷하면 혀는 생각보다 구분을 잘 못 한다.
물론 모든 카테고리가 다 똑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냉동 라자냐처럼 가격 차이가 5퍼센트 정도밖에 안 나는 품목도 있고, 원두커피나 일부 스낵류는 원재료 배합 자체가 달라서 맛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 팀은 나름의 원칙을 하나 세워봤다. 소금이나 향신료, 가공이 많이 들어가는 기본 식자재는 과감하게 스토어 브랜드로 바꾸고, 원재료 자체의 맛이 그대로 드러나는 품목만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이렇게 몇 가지만 바꿔도 체감이 크다. 매주 장 보는 습관을 자잘하게 조정하는 것만으로 일 년 단위로 보면 가계부에 여유가 생긴다는 전문가 코멘트도 있었는데, 꾸준히 세일과 스토어 브랜드를 챙기는 네 식구 가정 기준으로 연간 오천 달러 정도까지 아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론 개별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방향성만큼은 무시하기 어렵다.
음악 페스티벌 티켓 살 때도 비슷한 심리가 작동하는 것 같다. 같은 무대, 같은 사운드 시스템인데도 라인업 포스터에 큰 이름 하나 박혀 있으면 값이 확 뛰지 않나. 마트 진열대도 결국 비슷한 구조라서, 포장 디자인에 들어간 비용과 광고비까지 우리가 다 나눠 내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 건축 쪽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 유명 자재 브랜드 로고 하나 붙었다고 단열 성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니라, 결국 스펙 표를 직접 뜯어봐야 실체가 드러난다. 식료품도 성분표랑 원산지 한 줄만 비교해보면 답이 꽤 명확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고, 늘 사던 걸 집는 손을 한 번만 멈추고 옆 칸을 쳐다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카트에 자동으로 들어가던 브랜드 하나를 이번 주에 바꿔보고, 맛 차이가 정말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부터 해보면 좋겠다. 여러분 부엌에도 눈 가리고 테스트해볼 만한 품목이 있는지, 댓글로 결과 공유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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