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마트나 네일샵, 세탁소, 델리 가게를 가만히 보면 사장님 이름이나 억양에서 이민자 출신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때가 많더라고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보다 이민자가 사업체를 여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이야기,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실제 수치로 확인해보면 체감보다 훨씬 뚜렷하다.
2023년 미국 인구조사(ACS) 자료를 보면 이민자는 전체 인구의 14퍼센트에 불과한데, 전체 사업주 중에서는 21퍼센트를 차지한다.
노동인구 비중으로 따져도 이민자는 17퍼센트인데 사업주 비중은 그보다 높은 21퍼센트니, 같은 일하는 사람이라도 이민자 쪽이 창업으로 더 많이 빠진다는 뜻이다.
카우프만재단이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민자 노동인구 중 0.83퍼센트가 매달 새 사업을 시작한 반면, 미국 출생자는 0.46퍼센트에 그쳤다.
단순 계산으로도 거의 두 배 차이인 셈인데, 왜 이렇게 벌어지는 걸까.
가장 많이 꼽히는 이유는 본국에서 딴 학위나 자격증이 미국에서는 그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본국에서 의사나 엔지니어, 회계사로 일했어도 미국 면허 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 벽 앞에서 아예 자기 사업을 차리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언어와 인맥의 벽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력서만으로는 뚫기 힘든 채용 시장에서 차라리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 손님을 모으는 게 더 빠른 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같은 출신 커뮤니티끼리 정보를 주고받고, 계 모임 같은 방식으로 초기 자본을 마련하는 경우도 이민자 창업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꾸준히 언급된다.
업종별로 보면 요식업이나 세탁업, 소매업처럼 큰 초기 자본 없이 직접 몸으로 부딪혀 운영할 수 있는 업종에 이민자 창업이 몰리는 경향도 뚜렷하다.
가족이 함께 매장을 지키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도 이민자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영법이다.
2023년 인구조사 자료를 봐도 히스패닉 이민자의 자영업 비율은 14.1퍼센트로, 히스패닉이 아닌 이민자의 11.9퍼센트보다 높고,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의 7퍼센트보다는 확실히 높다.
이민이라는 선택 자체가 이미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을 걸러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익숙한 나라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니, 사업이라는 또 다른 도전 앞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망설인다는 논리다.
다만 이 구도를 모든 이민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곤란하다.
H-1B 같은 취업비자로 온 사람들은 오히려 비자 조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기가 훨씬 까다롭고, 미국에는 이민자 창업자만을 위한 전용 비자조차 따로 없다.
그러니까 이민자 창업 비율이 높은 건 다들 사업 수완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는, 취업 시장의 벽과 비자 제약,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겹치면서 나온 결과에 가깝다.
결과만 놓고 보면 파급력은 상당하다.
미국이민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포춘500 기업 중 46퍼센트가 이민자 본인이나 그 자녀가 세운 회사였다.
게스토의 2024년 신규창업 리포트에서는 2024년에 새로 문을 연 이민자 소유 사업체의 91퍼센트가 직원을 최소 한 명 이상 두고 있었는데, 이는 전체 신규창업 평균 84퍼센트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 통계를 보고 나니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나치는 그 델리 사장님이 좀 다르게 보이더라.
나처럼 안정적인 월급에 안주하는 처지에서는 살짝 뜨끔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 가게 하나가 동네에서 몇 명을 먹여 살리고 있을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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