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의 개국공신이자 미드의 전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정치 드라마의 탈을 쓴 권력 잔혹극의 정점이자, 주말 밤을 꼴딱 새우게 만들었던 그 세기의 명작 말입니다.
하지만 이 위대한 드라마의 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릅니다.
잘 나가던 명작이 주인공 한 사람의 파문으로 어떻게 폭망했는지 잘 알고있으니까요.
요즘 보면 영화감독, 웹툰작가, 드라마 각본가 모두 잘 나가다가 문제가 생겨 용두사미격으로 갑자기 쫄딱 망하는 걸 많이 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이런것도 어째 트랜드인지 ㅋㅋ.
1화부터 짱짱하게 잘 나가던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 동력 90%는 단언컨대 케빈 스페이시였습니다.
그가 연기한 프랭크 언더우드는 대중을 서슴없이 기만하고, 정적의 목을 조르며, 카메라를 똑바로 노려보며 시청자에게 독백을 건네는 악마 같은 정치인이었습니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서늘한 눈빛은 "이게 바로 진짜 권력의 맛이지"를 온몸으로 입증했죠.
시즌 1부터 시즌 5까지, 그가 권력을 잡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으며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그야말로 쾌감 그 자체였습니다.
문제는 2017년, 드라마 밖 현실에서 터졌습니다. 배우 안소니 랩의 폭로를 시작으로 케빈 스페이시의 과거 성추문 의혹이 연달아 수면 위로 올라온 겁니다.
당시 마지막 시즌인 시즌 6 촬영을 막 시작하려던 넷플릭스는 엄청난 멘붕에 빠집니다.
드라마의 마스코트이자 아이덴티티 그 자체인 주인공을 품고 갈 것인가, 손절할 것인가.
결국 넷플릭스는 칼을 빼들었습니다. 케빈 스페이시를 즉각 해고하고, 이미 찍어두었던 분량을 전량 폐기했습니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프랭크 언더우드 없이 마무리가 되나?"라는 우려와 "악마 같은 인간, 잘 잘랐다"는 반응이 팽팽하게 맞섰죠.
이때까지만 해도 작가진이 어떻게든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시즌 6. 제작진이 선택한 프랭크 언더우드의 퇴장 방식은 그야말로 황당함의 극치였습니다.
드라마 시작부터 프랭크는 이미 '의문의 침대 위 사사'로 숨을 거둔 상태로 나옵니다.
네, 그 천하의 프랭크 언더우드가 화면에 단 한 번도 나오지 못하고 시신으로 처리된 겁니다.
주인공의 자리는 그의 아내였던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가 이어받아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활약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프랭크라는 거대한 존재감을 지우려다 보니, 정작 이야기의 개연성이 완전히 박살 났다는 점입니다.
클레어는 끊임없이 죽은 프랭크의 그늘과 싸우는데, 실체도 없는 유령과 기 싸움하는 장면을 내내 보고 있으니 고구마를 100개 먹은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프랭크라는 강력한 중심축이 사라지자 주변 인물들의 동기와 스토리가 엉키기 시작했습니다.
어제의 적이 갑자기 친한 척을 하고, 비밀 조직이 뜬금없이 나타나 정치판을 흔듭니다.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의 뜬금없는 충격적인 전개는 수많은 팬들에게 "내가 이걸 보려고 시즌 6까지 견뎠나"하는 깊은 현타를 선사했습니다.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순간, 감동이나 여운 대신 "이게 진짜 끝이라고?"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죠.
사실 케빈 스페이시는 몇 년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2023년 영국 법원에서 성범죄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깨져버린 도자기, 망가져 버린 드라마를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현실의 사건이 드라마의 완결성을 완전히 붕괴시켜 버린 가장 대표적이고 씁쓸한 사례가 바로 <하우스 오브 카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차라리 시즌 5에서 깔끔하게 미완의 완성으로 끝냈거나, 아예 제작을 취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프랭크 언더우드가 없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마지막,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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