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아이가 학교에서 쪽지 하나를 들고 왔다. 담임 선생님께 드릴 반 전체 선물을 모으는데 한 가정당 얼마씩 내면 된다는 안내문이었다. 처음 미국 학교에 아이를 보냈을 때는 이게 그렇게 낯설었다. 한국은 몇 해 전 김영란법이 생긴 뒤로 학부모가 교사에게 뭘 건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일이 됐는데, 여기서는 학기마다 자연스럽게 선물 목록이 돈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카드에 기프트카드를 끼워 보내고, 학년이 끝나는 6월이면 또 한 번 반 전체가 감사 인사를 준비한다. 아이한테 카드에 그림 그려서 넣으라고 했더니 신이 나서 색연필을 꺼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미국에는 아예 교사 감사 주간이라는 게 따로 있다. 5월 첫째 주가 전국 교사 감사 주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그 주간이면 학교마다 학부모회가 나서서 선물을 조율한다. 개별로 마련하는 선물은 가정당 평균 25달러 선이고, 반 전체가 돈을 모아 기프트카드를 만드는 경우엔 부모 한 명당 평균 50에서 100달러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정작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10에서 20달러 선이 딱 적당하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는 조사도 있었다.
재밌는 건 정작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비싼 물건이 아니라 손편지였다는 점이다. 손으로 쓴 카드나 편지를 꼽은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현금이나 기프트카드가 그다음이었다. 결국 값이 아니라 마음이 전달됐다는 확인, 그게 핵심이더라.
그런데 이 동네, 그러니까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규정을 보면 재미있는 대목이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명절이나 특별한 날마다 습관적으로 선물을 하는 걸 오히려 자제시키라는 방침이 명시되어 있다. 값비싸거나 과한 선물은 교직원이 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있고, 경제적 이해관계 신고 대상 직원은 연간 선물 총액이 100달러를 넘지 못하게 못박아 두었다. 옆 동네 알링턴 교육청도 가정당 100달러 상한선을 따로 정해뒀다. 즉 미국도 이 문화가 뇌물처럼 변질되는 걸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학군 차원에서 굳이 이런 규정까지 만들어둔 걸 보면, 선물이 좋은 뜻이라도 선을 넘으면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이 동네에도 이미 있는 셈이다.
이걸 보면서 든 생각은, 이 선물 문화의 속뜻이 결국 두 가지가 겹쳐 있다는 거였다. 하나는 순수한 감사의 표시다. 미국 공립학교 교사 월급이 넉넉하지 않다는 건 다들 아는 얘기고, 자기 돈으로 교실 준비물을 사는 선생님도 드물지 않다. 그러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일 년간 맡아준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 참여의 의미다. 반 전체가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과정 자체가 그 반 학부모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계기가 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문화를 무조건 곱게만 보지는 않는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도 눈치껏 참여해야 하는 압박이 생길 수 있고, 교사의 노고를 선물로 대신 때우고 정작 처우 개선 논의는 뒷전이 되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선물은 선물대로 따뜻하게 주고받되, 교사 처우나 학급 예산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세금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존중하되, 그 마음이 제도적인 대우 개선까지 이어져야 진짜 감사가 완성된다.
그래도 마음을 조금 넓게 열고 보면, 이 작은 선물 봉투 안에는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공동체 감각이 들어 있다. 값을 따지기보다 그 온도를 느끼는 쪽으로 받아들이니, 매년 돌아오는 이 쪽지가 이제는 그렇게 낯설지 않다. 다음 쪽지가 오면 이번에는 카드에 어떤 말을 써넣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lavender | 
logger | 
콘푸라이트 선생님입니다 | 
모르는개산책 blog | 
칸영화 블로그 제작소 | 
orvik90 | 

yentra | 
So Good Day | 

nivex85 |
parlon |
Shoot Me |
미시간 열공 대학생 |
festive |
You Turn Me On |
미국 생활 보조금(SSI) 정보 |
Sams Market |
Ansdal |
VVV 80 |
BIODOCTOR NEWS |
Gold Bar |
Tamfa Fan |
제니엄마 blog 랍니다 |
카리나별이나 블로그 |
베스트 프로즌 요거트 |
Victory 1988 |
Coding Elf |
Infinite Style |
Mr Cleveland |
슈크림도어 방탄소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