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이도 빚을 지게 되는 미국 대학 등록금 대출 구조 - Cheyenne - 1

동네 커피숍에서 줄을 서 있는데, 앞에 있던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학생이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 서류 나 혼자 사인했어. 부모님 이름은 아예 안 들어가."

처음에는 자동차 대출이나 무슨 계약 이야기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보니 대학 학자금 대출 이야기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여덟, 열아홉 살이면 제대로 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용 기록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수천 달러, 경우에 따라서는 수만 달러가 될 수도 있는 빚을 부모 보증 없이 혼자 질 수 있는 걸까요.

알고 보니 미국의 연방 학자금 대출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연방 Direct Loan은 기본적으로 학생 본인 명의의 대출입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대출이나 신용카드처럼 신용점수를 보고 승인하는 방식도 아니고, 부모가 공동 서명자로 들어갈 필요도 없습니다.

FAFSA를 작성할 때 부모 소득과 재산 정보를 넣기 때문에 부모가 대출에 같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부모의 정보는 학생이 받을 수 있는 학자금 지원 규모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고, 학생이 받은 Direct Loan을 부모가 대신 갚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커피숍에서 그 학생이 "나 혼자 사인했다"고 말한 게 맞았던 겁니다.

그런데 부모가 직접 돈을 빌리는 Parent PLUS Loan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건 부모 명의의 대출이기 때문에 신용 기록도 확인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부모가 PLUS Loan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학생이 본인 명의로 받을 수 있는 연방 무보조 학자금 대출 한도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학년의 경우 일반적인 부양 학생의 연방 Direct Loan 한도는 연간 5,500달러입니다.

그런데 특정 조건에서는 최대 9,500달러까지 가능해집니다.

결국 부모가 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 본인이 더 많은 빚을 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처음 이 구조를 보고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동차 한 대 할부로 사려고 해도 소득이 얼마인지, 신용점수가 얼마인지, 직장은 어디인지 이것저것 따집니다.

그런데 대학 학자금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본인 이름으로 상당한 금액을 빌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신용 기록이 없는 젊은 학생에게 일반 은행 대출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방정부가 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해 일반 소비자 대출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문제는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가 워낙 비싸졌다는 데 있습니다.

연방 대출만으로 부족하면 일부 학생들은 민간 학자금 대출까지 알아보게 됩니다.

민간 대출은 연방 대출과 달리 신용도와 소득을 따지는 경우가 많고, 학생의 조건에 따라 공동 서명자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조건이 좋지 않으면 금리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스무 살 학생에게는 지금 당장 학교를 다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니, 몇 년 뒤 매달 얼마씩 갚아야 하는지는 멀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졸업하고 취직해서 갚으면 되지."

아마 대부분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4년 동안 조금씩 받은 돈을 모두 합쳐 보면 생각보다 큰 금액이 될 수 있습니다.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잡았을 때 자동차 할부금, 월세, 보험료, 생활비와 함께 학자금 대출까지 매달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빚의 무게가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이걸 어느 정치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어느 정당이 맞고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 등록금 문제도 복잡하고, 학자금 지원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생각해볼 만합니다.

미국에서는 이제 막 성인이 된 학생이 신용 기록이 거의 없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꽤 큰 금액의 학자금 빚을 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서류에 최종적으로 사인하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학생 자신입니다.

지난주 커피숍에서 우연히 들었던 짧은 대화가 계속 기억에 남는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학생은 친구에게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습니다.

"내가 그냥 사인했어."

하지만 그 사인 하나가 앞으로 10년, 때로는 그보다 오랫동안 따라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가 반드시 돈을 대신 빌려주거나 갚아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최소한 서류에 사인하기 전에 함께 앉아서 계산기라도 한번 두드려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