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 안 끼어드는 척하는 미국 부모들의 속내 - Leonia - 1

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서 한 분이 이러더라고요. "우리 애 에세이? 나 손 하나도 안 댔어. 걔가 다 알아서 쓴 거야." 근데 그 집 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미 몇천 달러짜리 입시 컨설턴트를 붙였고, 마감 전날 밤에 문장을 같이 고쳤다는 걸 다들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본인 입으로는 끝까지 "나는 관여 안 했다"고 하는 거예요.

이게 어느 한 동네만의 특이한 풍경은 아니더라고요. 미국 입시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얘기예요. 에세이 코치들 사이에서는 부모가 아예 통째로 써주는 사례를 흔히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입학사정관들도 바보가 아니라서 10대 아이 문장과 40대 어른이 다듬은 문장의 결이 다르다는 걸 금방 알아챈다고 해요.

그런데 왜 다들 굳이 "나는 안 했다"는 포즈를 취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대학이 원하는 스토리 자체가 "혼자 힘으로 해냈다"는 서사거든요. 전미대학입학상담협회 관계자도 부모의 역할은 조건을 정해주고 나서 뒤로 빠지는 것이라고 못 박은 적이 있어요. 즉 관여했다는 티가 나는 순간 그 아이의 독립성 점수가 깎이는 구조인 거죠. 그러니 실제로는 깊숙이 개입했어도 겉으로는 손을 뗀 척하는 게 합격 확률에 유리해지는 거예요.

여기에 돈 얘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사설 컨설턴트를 쓰는 가정은 종합 패키지에 4천에서 만 2천 달러 정도를 쓰는 게 평균이라고 하고,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권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쓰는 집도 많다고 해요. 근데 이런 지출은 절대 티 나게 드러내지 않아요. 컨설턴트도, 학부모도 "우리끼리 알음알음" 처리하는 걸 선호하죠. 결국 겉으로 보이는 순수한 실력 경쟁 뒤에 상당한 자본이 조용히 깔려 있는 셈이에요.

저는 이 지점이 좀 불편해요. 실력으로 붙었다는 서사를 지키고 싶으면 진짜로 손을 떼면 되는 건데, 돈과 인맥으로 판을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결과만 순수한 노력인 척 포장하는 건 다른 문제잖아요. 자원이 없어서 정말 혼자 힘으로 원서를 써낸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게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무늬만 공정인 경쟁이 되는 거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라고 물으신다면 답은 의외로 단순해요. 도와줬으면 도와줬다고 인정하고, 안 도와줄 거면 진짜로 손을 떼면 돼요. 위선이 문제지 도움 자체가 문제는 아니거든요. 아이한테도 그게 더 정직한 교육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