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가 커뮤니티 센터인 이유, 한인교회는 어떨까 - Philadelphia - 1

동네 교회 주차장을 지나다 보면 평일 저녁인데도 차가 가득 서 있을 때가 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예배가 아니라 알코올 중독 자조모임이 열리고 있거나, 푸드팬트리 상자를 나르는 사람들이 있거나, 선거철엔 아예 투표소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라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그 자리가 동네에서 가장 넓고 가장 싸게 빌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문 닫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시청 건물은 주말엔 아예 잠겨 있지만, 교회는 저녁이든 주말이든 늘 불이 켜져 있다.

미국 교회가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하는 건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퓨리서치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80퍼센트가 교회와 종교단체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지역 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데 동의했고, 78퍼센트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숫자로 보면 확실히 신앙의 영역을 넘어선 지지가 있는 셈이다.

공공 예산이 삭감되고 사회복지 인프라가 얇아질 때마다 그 빈틈을 메우는 건 결국 지역 교회인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좀 씁쓸하다. 종교가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가 해야 할 몫을 교회가 대신 떠맡는 구조 자체가 진짜 해법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실에서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 입장에선 그런 논리보다 오늘 밥 한 끼, 오늘 잘 곳이 먼저다.

공공 예산으로 채워야 할 안전망은 정부가 책임지고 교회는 그 옆에서 보완하는 정도에 머무는 게 순서상 맞다고 본다. 지금처럼 순서가 뒤바뀐 채로 굳어지면 나중에 되돌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럼 한인교회는 어떨까.

한인 이민자 연구를 찾아보면 한인교회의 기능이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동포들끼리의 친교, 한국 문화와 언어 유지, 교인과 지역 한인사회를 위한 실질적 도움, 그리고 이민 생활에서 얻기 힘든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인교회 게시판을 보면 렌트 정보, 일자리 정보, 학군 정보가 예배 시간표보다 더 붙어 있는 곳도 많다.

새로 이민 온 가족을 공항에서 픽업해 주고, 운전면허나 소셜시큐리티 카드 받는 걸 도와주는 것도 여전히 한인교회의 흔한 풍경이다.

퓨리서치 자료로도 한인 아메리칸의 59퍼센트가 기독교인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한국 내 기독교인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민 사회일수록 종교 공동체가 더 촘촘하게 작동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미국 주류 교회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미국 교회는 문을 열어 동네 전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반면, 한인교회는 여전히 우리끼리 챙기는 데 더 익숙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언어 문제도 있고 1세대와 2세대 사이의 정서 차이도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크다는 건 안다.

영어 예배와 한국어 예배가 아예 다른 시간대로 나뉘어 있고, 자녀 세대는 커가면서 부모의 교회를 떠나 영어권 교회나 다른 공동체로 옮겨가는 경우도 흔하다. 세대가 바뀔수록 한인교회 안에서도 커뮤니티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다양성과 개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인교회가 한인만을 위한 울타리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지역 사회 전체와 공간을 나누는 쪽으로 움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일부 한인교회는 건물을 지역 비영리단체나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와 함께 쓰기 시작했다. 주중엔 한글학교 대신 지역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열거나, 다른 언어권 이민자 단체에 강당을 내주는 식이다. 이런 시도가 늘어나면 한인교회도 이름 그대로 진짜 커뮤니티 센터에 가까워질 것 같다.

종교가 있든 없든, 동네에 아무 조건 없이 문을 열어주는 공간이 하나라도 더 있다는 건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