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들에게 바이올린이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 오케스트라, 어린 시절 레슨, 콩쿠르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미국 농촌이나 남부·애팔래치아 지역으로 가면 같은 악기인데 전혀 다른 이름과 문화가 등장한다.
바로 피들(fiddle), 그리고 그 악기를 연주하는 피들러(fiddler)다. 생긴 건 똑같이 바이올린이지만, 피들 문화는 클래식의 엄격함과 정반대에 서 있다.
피들러 문화는 유럽 이민자들이 들고 온 민속 음악에서 시작되었다. 농부, 광부, 목동, 이민 노동자들이 축제를 열거나 술집에서 춤을 출 때 흥을 돋우던 악기가 바로 피들이었다. 악보도, 정장도, 콘서트홀도 없었다. 그냥 "듣고 따라하며" 배우고, 사람들 앞에서 즐겁게 연주하면 그게 실력의 증명이었다. 한국에서 바이올린이 '클래식 교육의 상징'이라면, 미국의 피들은 '서민들의 소리, 삶의 노래'였다.
한국 기준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피들러들은 연주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잘하는 사람은 스타처럼 대우받지만, 실력이 화려하다고 존경받는 게 아니라, 얼마나 흥을 살렸는지,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었는지, 즉흥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는지가 중요하다. 심지어 음이 살짝 삐끗해도 개성으로 받아들인다. 클래식처럼 "정확한 음정, 완벽한 보잉, 악보의 충실한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실력이다.
또 하나 한국 사람들에게 낯선 점은 피들러는 연주자이자 가수, 춤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손님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노래도 부르고, 발로 리듬을 찍으면서 연주하며, 심지어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다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이건 클래식 공연에서 상상도 못 할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피들 문화는 '예술 공연'이라기보다 '함께 노는 자리'라는 느낌이 강하다.
또 피들 음악은 지역마다 다르게 발전했다. 켄터키·테네시 쪽 앱팔래치아 피들, 텍사스 피들, 아일리시 피들, 캐나다 동부의 켈틱 피들까지 스타일이 다 다르다. 어떤 곳은 빠른 춤곡 중심이고, 어떤 곳은 서정적인 민요가 중심이다. 즉, 피들 문화는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역과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음악이다. 한국은 비교적 단일한 음악 교육 환경을 갖고 있어서 이런 지역차 기반 예술 문화를 접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에서 피들러는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와 별개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로 인정받는다. 카네기홀에서 돈 많이 번 연주자보다, 시골 축제에서 3,000명 춤추게 만든 피들러가 지역 영웅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때도 "클래식으로 배울래, 피들로 배울래?"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즉, 같은 악기라도 '취미와 감성'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국식 '명문대 음대 → 오케스트라 → 프로'의 직선적 경로와는 완전히 다른 문화다.
결국 피들러의 세계는 클래식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다르고 방식이 다른 또 하나의 바이올린 문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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