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가 배경이었던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 Detroit - 1

트랜스포머: 달의 어둠(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을 봤을 때 디트로이트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옵티머스 프라임 나오고 범블비 뛰어다니고, 건물 무너지고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것만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세월 지나 다시 보니 생각보다 디트로이트 냄새가 많이 난다.

영화 후반부의 대규모 시가전 배경은 설정상 시카고다. 디셉티콘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빌딩이 박살 나고 도로가 전쟁터로 변한다.

실제 촬영도 시카고에서 상당 부분 진행됐다. 그런데 모든 장면을 시카고 한복판에서 때려 부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제작진이 선택한 곳 가운데 하나가 디트로이트였다.

대표적인 장소가 미시간 중앙역(Michigan Central Station)이다.

지금이야 복원돼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오랫동안 방치된 거대한 폐역이었다.

창문은 깨지고 내부는 텅 비어 있어서 별다른 세트를 만들지 않아도 세기말 분위기가 났다.

Packard Plant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공장이 폐허가 된 모습은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에는 오히려 기가 막힌 촬영장이었다.

다른 도시 같으면 수백만 달러 들여 폐허 세트를 만들었을 텐데 당시 디트로이트에는 진짜 폐허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때 세계 자동차 산업의 수도라고 불리던 도시가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외계 로봇들이 때려 부순 도시를 표현하기 좋은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배경이었던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 Detroit - 2

그래도 영화 촬영이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됐다고 한다. 대규모 제작진이 들어오면 숙박부터 음식, 운송, 장비, 현지 인력까지 돈이 풀리니까.

당시 트랜스포머 촬영이 디트로이트 지역에 약 3천만 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마이클 베이 작품이다. 스토리를 차분하게 따라가려고 하면 피곤하다.

전투가 시작되면 누가 누구를 때리는지도 헷갈린다. 로봇 하나 쓰러지고 빌딩 하나 무너지면 또 다른 로봇이 날아온다.

조용히 대화 좀 하나 싶으면 5분 뒤에 또 폭발한다. 그런데 이게 또 트랜스포머의 맛이다.

특히 3편은  2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제작비를 어디다 썼는지 관객에게 끝까지 보여준다.

요즘 CG 느낌과도 조금 다르다. 실제 도시와 건물, 차량, 폭발 장면 위에 시각효과를 덧붙였기 때문에 화면에 묘한 무게감이 있다.

생각해 보면 참 기구하다. 자동차로 세계를 먹었던 디트로이트가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영화의 촬영지가 됐다.

그래서 지금 트랜스포머: 달의 어둠을 다시 보면 로봇보다 배경을 한번 유심히 보게 된다.

저 건물이 어디인지, 저 폐허가 세트인지 진짜인지 찾아보는 재미가 제법 있다.

영화 한 편이 도시의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기록해 놓은 셈이다.

트랜스포머 3편은 여전히 시끄럽고 정신없는 영화다. 그런데 디트로이트를 알고 다시 보면 조금 다르다.

로봇들 뒤로 보이는 낡은 건물과 공장들이 당시 미국 제조업 도시가 겪었던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니까.